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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27. 2024

175. 소가닥갈비 파는 잠실 석촌호수 옆 문정갈빗집

우왓! 회식이다! ㅋㅋ

얼마 만에 회식이란 말인가?

몇 달 동안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 때문에 한동안 맛집 리뷰도 쓰지 못했다.

신작 소설인 <잠자는 땅 시비리>를 출판했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며 기획서와 제안서를 만드느라 정신을 쏙 빼고 살았다.

투자사 IR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고민했던 것들을 툴툴 털고 정만 오랜만에 회식 다운 회식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맛있다는 식당을 수소문해 방문한 곳이 바로 문정갈빗집이다.

고기에 진심은 아니지만 나름 오랜 기간 캠핑을 다녀온 나로서는 나름 고기 맛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 터라 아는 척을 하는 편인데 이번 회식에 동행한 낚시광 J님이 꽤 대형의 고깃집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 나의 얄팍한 지식은 금세 밑천을 드러냈다.



이번에 수소문해 간 집은 마장동에서 축산유통으로 잔뼈가 굵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하여 기대가 없지 않았다.

고기는 역시 육질 아닌가!

실내 사진은 뭐 여느 고깃집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수준이다.

오히려 인테리어엔 딱히 돈을 쓰지 않은...

아무튼 깔끔하면 된 거니까.



밑반찬들이 나왔는데 두 가지 소스가 독특하다.

하지만 난 소금만 찍어 먹는 편이라 와닿진 않았다.

고기엔 소금 이상의 조미료는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1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숯이 나왔다.

일단 숯이 좋다.

이건 뭐 워낙 오랜 기간 고기를 굽다 보니 감각적으로 아는...

숯이 좋아야 연기도 적고 적정한 온도로 고기를 구울 수 있다.



대체 이게 뭔 부위인지 궁금할 거다.

소가닥갈비라고 있기에 궁금해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갈빗살이라는데 이 명칭은 나름 만들어 본 거라고.

알 수 없는 미소 속엔 뭔가 알 수 없는 자신감 같은 게 느껴졌다.



가격이 나쁘지 않은데 수입산이라고 한다.

좋은 등급의 고기라고 하는데 15년 전 역시 마장동에서 유통을 하던 지인을 통해 호주에서 항공편으로 공수한 와규를 맛본 후로 한우와의 극렬한 차이를 경험한 덕에 외산 특등급 소고기의 수준은 매우 신뢰하는 편이다.



소가닥갈비를 반씩 잘라 불판에 올렸다.

이제 육질과 육즙을 느낄 순간만 기다리면 된다.



드디어 굽고 굽고 굽는 과정을 거쳐 한 점 맛을 보는 순간이 왔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

보통 갈빗살 하면 질긴 부위가 느껴지는 편인데 이건 뭐 거의 안심 수준 아닌가?

적당한 쫄깃함에 담백한 육즙 때문에 자꾸 손이 간다.

그렇지 않아도 소고기 킬러라는 여자 동료 비쩍 마른 체구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대식가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엄청난 흡입량이었다.

난 쌈장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식당을 좋아하는 편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그게 성의 중 기본이니까.

두 번째 감동은 바로 이 자잘한 아이템이었다.



나중에 사진을 남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가닥갈비를 길게 들어 촬영했다.

정말 길다. ㅎ



엄청난 흡입력을 실행하고 계신 분의 용량에 탄복하며 다른 부위도 주문했다.

칼집이 제법 있어서 육즙이 흩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착각이었다.

역시 빨리 굽는 게 핵심인 소고기 굽기의 노하우에 딱 맞는 칼집 아니었나 싶다.



이건 서비스.

뭐~ 우리만 주는 건 아니겠지만 뚝배기도 큰데 왕창 넘치게 나와서 다 먹지도 못했다.

미안하게...



그런데 여기까지가 아직 중반전 정도였다.

흡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대 용량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는...

카드 한도가 얼마나 남았더라? ㅋ

하지만 다행인 게 고깃값이 비싸지 않고 양도 많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또 굽는다.

굽고 또 굽는다.



그 와중에 또 이런 게 나왔다.

누가 주문한 건가?

그건 모르겠다.

술도 꽤 마시고 있었고 대화에 심취한 나머지...

그래서 맛도 기억나지 않는 안타까움이.

아무튼 맛은 있었을 거라고 믿어보고 패스!



역시 칼집 사이로 드러난 적당한 익힘이 눈에 보인다.

육즙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이걸 들여다보는 나를 보며 칼선에 노하우가 있다고 했는데 난 잘 모르겠다.

회라면 자신 있는데 말이다.



회식이라고 아주 작정하고 먹으려 한 건 아닌데 소고기의 마지막엔 양념 아닌가 싶어서 주문하고 말았다.

이게 정녕 1인분이란 말인가?



이걸로 끝내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뭔가 익숙한 비주얼의 고기가 담긴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서비스라는데 이게 뭔지 첨 보는 사람이 많다고...

생긴 건 이상하지만 맛은 죽인다고...

난 이미 인스타그램에 저걸 올리는 바람에 맞팔하던 에이모토울스가 팔로우를 끊는 사고를 겪었던 터라 숨이 턱 막혔다.

맛은 인정하지만 말이다.

서비스라니 당연히 바닥을 내겠지만 다시는 안 만나고 싶었던 그 돼지꼬리를 다시 만나고 말았다.


우린 그날 모두 전사하고 말았다.

난 또 2차를 갔지만 말이다.




송파구 잠실 문정도, 석촌호숫가에 문정갈빗집이 있다.

동행한 1인은 집이 잠실이라 단골 하나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튼 날 따라다니면 후회할 일은 별로 없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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