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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10. 2024

176. 일산에서 싱싱한 활어아귀와 꽃새우회를 만나다

원래 계획엔 없던 술자리였다.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덥석 술자리에 참석하겠다고 답해 버린 난...


아무튼 난 모 유명 경제 분야 언론사 대표님이 '일산 백수 모임'이라며 만든 자리에 합류하게 됐다.

과분하게도 일산 사람도 아닌 나를 동석시켜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장항제4공영주차장으로 와라!"

내비를 찍고 부리나케 달려가니 복층으로 된 제법 오래 장사를 해왔을 것으로 보이는 "동해안"이란 간판의 횟집으로 들어오란다.

회를 못 먹는 양반이 웬 횟집을 향했나 싶었더니 이미 1차로 소 한 마리 잡아 드시고 오셨다고...

메뉴 선택권은 그 양반에 있지 않았던 거다.

언론사 대표님의 단골집이라는데 모 유명 연예인도 이 식당 단골이라고 했다.

나를 자리에 불러 준 멤버들은 엔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역시 척하면 척이었다.



변변찮은 나를 감히 소설가라며 언론사 대표님께 소개를 하던 중 활어아귀회 두 판이 차려졌다.

싱싱하지 않으면 절대 맛볼 수 없는 아귀 간에 시선에 꽂혔다.

더 이상 낯부끄러운 소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타이밍이었다.



이렇게 두 판이나 되는데 회를 못 드시는 한 분 덕분에 2인 당 한 판씩 여유 있게 먹을 수 있게 됐다.



당장 아귀회 한 점을 집었다가 사진만 찍고 아귀 간으로 옮겨 탔다.
아무래도 순서가 있지...

아주 살살 녹는다.

싱싱한 생물이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부위 아닌가!

신선할 때 바로 먹어야 다.



이 집은 가미 된장이 독특하다.

난 유니크한 장을 제공하는 식당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여기서 벌써 합격점을 주고 말았다.



회 먹을 때 어지간하면 가미된장을 기피하는 편이지만 맛은 봐야 하기에 이렇게 맛을 봤다.

역시 간장이 답이긴 했다.



주문 후에 동석한 자리라 꽃새우도 주문하셨는지 몰랐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녀석을 만났다.

몇 마리 되지 않아서 1인당 두 마리 정도 배분되는 상황.

그런데 경쟁 상대에 없던 회 기피자께서 긴급 흡입을 하고 있었다.

회는 못 먹지만 새우는 가능하단 걸 몰랐었다.



백수 중 홍일점이었던 분께 직접 꽃새우를 먹여 주시는 센스.

역시 주군을 잘 만나야 회식 때 회도 먹곤 할 텐데 익히지 않은 음식에 비주류인 주군 때문에 한동안 회를 즐기지 못했다며...



직원께서 직접 새우 대가리를 작두해 주셨고 곧장 머리구이 행이 됐다.

드디어 나도 시식에 나섰다.

아귀 간, 회 모두 입에서 살살 녹았는데 꽃새우 역시 말할 것도 없었다.

씹을수록 달달한 맛이 역시 새우 계의 귀족이란 명성이 전혀 아쉽지 않다.



웃고 떠들다 보니 사라졌던 새우 머리가 요리가 되어 나왔다.

감자튀김과는 웬 궁합인가 싶었는데 역시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심심하면 먹어도...



또 웃고 떠들다 보니 이번엔 활어아귀탕.

이것도 별개 주문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풀 세트로 주문하신 모양이었다.

역시 반건조 아귀나 냉동 아귀로는 만들 수 없는 식감이다.

국물도 깊고 깔끔하다.

역시 지역에서 로컬들이 찾는 유명한 식당들은 이유가 있다.



아귀탄에서 뼈를 발라 먹는 재미를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싶다.

술자리가 거의 끝날 즘 돼서야 메뉴판을 촬영하는 난 대체 뭔가.

얻어먹는 재미가 없지 않다. ^^



술자리를 마감하고 나와서 간판을 촬영하는데 주방에서 나오시는 이 분은?

아마도 사장님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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