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뙈기 사업을 하던 선배가 해준 말인데 공감이 되어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도박을 좋아한다면 농사를 지어라!
100년 전에 나온 얘기란다.
농사를 도박에 비유한 건 그만큼 예측이 불가능한 조건 때문일 것이다.
천체를 살피고 예언과 음력을 따르던 조상들은 불확실한 결과에서 실패를 회피하기 위해서 그 역시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믿고 의지해야만 했다.
농사는 먹고사는 문제였기 때문에 도박이라 하지 않지만 도박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씨앗을 뿌린 후 수많은 변수를 극복하고 얼마나 품질 좋고 많은 양의 수확을 해낼 수 있을까?
언제 비가 올 것이며, 강수량은 얼마나 될 것이며, 병충해의 유행, 바람, 냉해, 고온 등 식물의 생장 환경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요즘이야 먹고살 만한 세상이 됐으니 농사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보릿고개라는 게 존재하던 시절의 농부들에겐 불확실한 결과에 삶을 몽땅 털어 넣어야 했다.
밭뙈기 사업을 했던 선배는 그래서 '도박=농사'라는 공식이 마땅히 성립된다고 했다.
선배는 내게 '투자와 투기와 도박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는 세 단어는 이상하게도 '불확실성'이라는 공통적인 성질을 품고 있다.
차이라면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아닐까 싶다.
투자를 하려면 투자대상을 두고 엄청난 공부를 할 것이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내재되어 있지만 노력의 정도에 따라 가능한 한 변수를 털어낼 수 있다.
투기와 도박은 비슷한 느낌인 것 같지만 사전적으로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득을 노림'을 말하고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약간은 다른 느낌이지만 공통적으로는 '노력'보다는 '운' 같은 데 더 비중이 높다.
이렇게 단어를 해체해서 보면 '노력'이 따라도 성공적인 수확이 될까 말까 하는 농사를 두고 도박이라 말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농사를 도박과 다르지 않다고도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투자라고 하기엔 영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건 나뿐인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