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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03. 2024

178. 성수동 접수하러 왔다는 부산 고깃집 박돼장

으악! 낮술이다.

하필이면 맛집 즐비한 성수동에서 낮술이 잡히고 말았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한창 브레이크타임일 시간대에 즉석 술자리가 조성되어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사막의 하이에나처럼 영업 중인 식당을 찾아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만난 곳이 바로 박돼장이다.

간판 네이밍에 끌려 찾은 곳인데 마침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서 역시 식당은 초심 아니냐며, 아직 초심이 식지 않았을 거라는 나름의 공식을 믿어보기로 했다.

역시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봄볕이 강렬한 시간, 따스한 빛이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폈다.

애초에 이 글을 쓸 생각이 없었던 지라 메뉴판 사진이 없다.

물론 간판도 촬영하지 않았다.

만약 기본찬에 만족하지 않았다면 이 사진들이 남겨졌을 리가 없다.

모둠 작은 사이즈를 주문해 놓고 잠시 후...



뛰용!

플레이팅에 정성이 가득한 기본찬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그릇도 예사롭지 않다.

당장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본 주인인 듯한 분이 식당 설명을 시작했다.

성수동을 접수하러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해운대 등 부산에 매장 몇 군데 있다고...



기본찬에 정성이 가득이다.

하나하나 일일이 사진을 남겨 봤다.

맛도 괜찮은 편이다.



숯은 이렇게 뚜껑을 덮어 튀지 않게 했다.

술꾼들이 즉석에서 만든 낮술 자리라 사실 고기도 필요 없는 상황이라 기본찬만 가지고 술안주로 충분했던 터라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소주 한 병이 순삭 되는 순간.



흔한 젓갈이지만 사진은 남겨야 했기에...

그러고 보니 고깃집에 젓갈이 기본이 된 게 기껏 이삼십 년 남짓 아닌가 싶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예전엔 젓갈 하나 때문에 맛집 반열에 든 고깃집도 있었으니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 녀석 아닌가 싶다.

식당마다 멸치젓(멜젓), 갈치속젓 등 종류는 달리 쓰지만 말이다.


볕이 강한데 이걸 역광으로 사진을 찍는 무모함.

모둠인데 네 가지 부위가 나왔다.

먹어봐야 알 일이었지만 사실 기본상차림에서부터 믿음이 자라고 있었다.

순서대로 먹어야 한다며 순서를 알려주었었지만 일단 낮술삼매경에 빠져 수다를 떠느라 고기 부위에 대한 부분을 머릿속에 담지 못했다.

갈빗살, 항정살이야 그렇다 치고 독특한 부위 하나가 있었는데... ㅠㅠ



차랴질 거 다 차려진 듯해서 전체 상차림 한 컷 남겼다.

보다시피 수다 떠느라 기본찬도 많이 먹지 않은 상황.

이 상황에 벌써 소주가 두 병째 바닥을 향해가고 있었으니 어찌 주당이 아니라 할 수 있단 말인가?



겨우 모둠 작은 사이즈 한 판을 먹는데 소주 7병에 맥주 2병.

이렇게 신나게 먹고 떠들고 나왔는데 이제 겨우 해가 저물었다.

기나긴 겨울이 언제 가나 싶었는데 벚꽃 한창인 4월이 되고 말았다.

이제 벚꽃라이딩을 다녀와야 하는데 일에 치여 운동은 저만치...

돼지와 살을 맞바꾸고 있는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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