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에게 절실한 해장국
일산에서 발목이 잡혀 돌아가지 못하고 결국 또 일산에서 밤을.
아침 일찍 돌아가려는 날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끌고 간 곳은 바로 이곳이다.
아침까지 술을 마시면 꼭 여기서 해장을 한다고…
왜 아침까지 술을 마시냐고요!!!!!!
난 아닌 걸로! 암튼!
다슬기와 아욱이 해장 궁합이 맞는가 보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이런 조합을 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다.
일단 간판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단골이신 분도 다 이유가 있을 거니까.
아침인데, 분명 아침인데 반주인지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인지 알 수 없지만 한잔 하시는 어르신들이…
상당한 내공이다.
나도 소주거 한잔 당겼지만 미팅 때문에 그럴 수도 없고 해서 침만 다시고 말았다.
상은 금세 차려졌다.
찬은 별 거 없다.
그저 직접 담근 김치 그리고 하이라이트!
다슬기아욱국도 된장 베이스인데 고추와 함께 나온 된장이 심상치 않았다.
어디서 사다가 쓰시는지 직접 만드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산품은 아닌 것 같고 결국 해장국도 된장으로 승부를 건 게 아닌가 싶었다.
식당을 운영하거나 해본 적이 없기에 이런 된장이 식당용으로 유통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 식당에서 흔히 만나는 된장은 아니었다.
단출하지만 타이틀답게 다슬기아욱국에 충실한 집이다.
역시 세상은 넓고 괜찮은 해장국집은 많다.
그러고 보니 대화역 근처에 정말 맛있는 순댓국집이 있었는데 사진 찍는 걸 놓쳤다. ㅠㅠ
(다슬기아욱국 얘기하다가 웬 순댓국?)
공깃밥을 투척하고 본격 해장에 들어갔다.
아욱이 푸짐하게 들어 있어 좋다.
의외로 다슬기는 많이 보이지 않았던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다슬기 특유의 까칠한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이 정도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된장이 다슬기아욱국의 요체 아닌가 싶다.
짜지도 달지도 않은 묵묵한 녀석.
아무튼 김치를 사다 쓰지 않는 식당이야말로 식당다운 식당이라 생각하는 편인데 된장도 좋은 느낌이고 해장국 본연의 해장력이 높았던 것 같다.
잘 해장하고 3호선에 몸을 실었고 아무런 문제 없이 업무 잘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