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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사랑한 적 있나요?

by 루파고

세상의 무수히 많은 단어들 중 '사랑'보다 값진 단어는 없을 거다.

반론의 여지도 없고 반박하는 자체가 의미 없다.

삶은 사랑 속에 살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며, 사랑을 주며, 사랑 안에 있을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

사랑이 없다면 행복이 없을 것이고 삶 자체가 무의미할 것 같다.


나는 이 나이를 먹도록 이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왜 이렇게 된 건지 나도 모르겠다.

영화, 드라마 같은 영상물이나 연애소설, 노래 가사, 시 같은 인간이 창조해낸 셀 수도 없는 결과물들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밥 같은 존재인 '사랑'.

그게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닌데 입 밖으로 내어놓는 건 왜 그렇게 힘든 지 모르겠다.

어릴 땐 그 단어의 가치를 존중했고, 그 때문에 함부로 쓰기 싫어서 아끼고 아꼈다.

나 스스로 한치의 거짓이 느껴지지 않는 진정으로 사랑한단 감정이 솟아나면 쓰리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 결과, 나는 지금껏 골동품처럼 '사랑'이란 단어를 끌어안고 사는가 보다.

'아끼면 똥 된다'던 선배들의 조언들조차 케케묵은 전설처럼 잊혀버린 요즘, 그놈의 '사랑'이 왜 내겐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하는 고민에 휩싸이고 말았다.

혹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아닐까?

전 인류를 털어 모든 규정을 다 수용하고 사랑의 범주 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텐데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했다.

'그까짓 거 그냥 쓰지 뭐!'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고 나서도 지금껏 이성에게 사랑한단 말을 하지 못하고 산다.

참 어리석다 싶고, 나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결과는 같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느낌이 없는 건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너무 쉽게 고귀한 표현을 난무하는 뭇사람들의 문제일까?

혹시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직까지 내게 그 흔한 사랑하는 연인이 없었던 걸까?

이러다 죽을 때까지 고귀함에 절어 붙은 '사랑'이란 단어 한 번 내뱉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건 아닐까?

적어도 잠자리에서조차 '사랑'이란 단어 대신 '좋아해'라는 단어로 대체하고 그걸 이해해 달라던 나는 대체 얼마나 무감각한 인간이었던 걸까?

사랑하는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며 잠자리를 했던 나는 그저 동물적 기반을 둔 행위만을 원했던 것이었을까?


아~ 정말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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