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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17. 2019

생애 첫 한라산 둘레길 탐방

맛보기만으로도 만족한 탐방길

2018년 겨울 눈 덮인 한라산을 보기 위해 1100 고지를 향했다.

하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못했던 나는 가본 적 없는 길로 핸들을 꺾었다.
처음 가는 길.


바로 이 길이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가 있다.
한라산 자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 곳.
나는 늦은 시간에 도착하기도 했지만 등산장비 없이 방문한 거라 그 앞에서 드론을 띄웠다.




거기가 한라산 둘레길 초입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언젠가는 꼭 가 보리라 생각했는데
이번 여름휴가 때 드디어 둘레길이란 곳을 가기로 작정했다.
그것도 갑자기 말이다.

http://www.hallatrail.or.kr/

한라산 둘레길 공식 홈페이지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

1100 고지를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던 게 불과 이틀 전인데 한라산에 너무 꽂힌 걸까?
참고로 나는 그로부터 약 몇 주 전인 7월 중순, 여름 땡볕에 시계방향으로 제주도 일주를 했다.
단 하루 만에 240km를 완주했다.

아무튼 이번엔 둘레길 체험이 목표였다.
어린아이가 있어 완주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체험 삼아 가기도 했지만......




이번에 가본 길은 동백길이다.
도중에 여러 갈래로 갈라진 곳이 있는데 잘 체크하고 가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출발.
입구에 관리소가 있다
주차장도 너무 예쁜 곳이다.
겨울에도 멋졌지만 녹음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이게 웬일인가?
너무 시원했다.
에어컨도 필요 없다.
1100 고지 역시 시원하지만 여긴 또 색다른 시원함이 있다.
땀도 흐르지 않는 상쾌한 시원함.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새가 지저귀는 자연 속의 맑고 상쾌함이 그곳에 있었다.
어려운 등산길도 아니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한라산 둘레길이 가져다준 놀라운 선물이었다.


코스 관리하시는 분과 어찌어찌 같은 코스를 걷게 되었는데 이정표 등을 세심하게 매만지고 계셨다.
탐방객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다.
멋진 분들이다.




산책로가 시작됐다.
자연스러움이 조금은 무디어져 있지만 그 정도는 용서해 주기로 했다.
관계당국 공무원들은 일본 오쿠호다카다케 견학을 다녀왔으면 좋겠다.
그들은 자연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 주의다.
인공물은 최대한 친자연적이다.
자연은 그저 자연스러움이란 취지 아닐까?



여긴 전망대인가 싶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동선에는 맞지 않다.
흐르는 위치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기념비다.
여길 지나면 드디어 둘레길이 시작된다.




이정표를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이게 뭘까?
바로 산초다.
향신료의 일종이다.
주로 추어탕에 넣는......
이런 게 그냥 자연 속에 어우러져 있다.



뭔지는 몰라도 사진은 찍었다.



조금 들어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올라가면 <하원수로길>로 진입한다.
여기로 가면 안 된다.
예전엔 이정표가 오래되고 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다는데 관리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정비해 두셨다.
불과 얼마 전에 말이다.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진입로에는 누군가의 소망을 적은 나무 푯말들이 걸려 있다.
다소 지저분해 보이지만 어쨌든 노력의 흔적이다.
다시 찾은 사람들이야 추억이 샘솟겠지만.
좀 더 자연스럽고 기념이 될만한 것으로 교체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제주스러움이 묻은 돌탑 같은 거라면 더 좋지 않을까?




첫 번째 계곡이다.
역시 건천이라 물은 없다.
고인 물이 있지만 벌레 목욕탕이다.
우천 시에는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큰일 난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가도 좋다.
시원한 바람이 골을 따라 흐른다.




숲을 거닐면 이런 아름다움이 있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다.
코스가 험난하지도 않다.
얕은 오르막은 있어도 길지 않다.
주변을 살치며 아주 살살, 편안하게 걸으면 된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계곡은 저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숲은 자연스럽지만 코스를 만들기 위한 흔적은 남아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 자연을 거스른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좀 짜내 보면 어떨까?
한라산 둘레길의 가장 단점이 그것이었다.
부자연스러움과 제주스럽지 않음.
목각 하루방으로 방향을 지시하거나 하는 건 어려울까?

숲은 빛이 차양되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간혹 구멍 난 하늘이 보이긴 하지만 동화 속 숲 속에 들어온 듯했다.
오래 머물면 싸늘하다.
열심히 걸어도 땀이 나지 않는다.
8월 2일이었다.
서울은 40도를 넘는 폭염에 죽을 맛이라는데 한라산 둘레길 속에서는 봄, 가을의 기온이었다.
여름엔 등산하지 말라고?
절대 아니다!!!
여기선 통용되지 않는다.



숲엔 다양한 생명이 숨 쉬고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버섯들.
서로 살겠다고 서로의 몸뚱이에 얽히고설킨 넝쿨나무들.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며 사는 건지 알 수 없다.
공생이란 바로 이런 걸까?



물이 고인 곳을 만났다.
시원한 계곡물인데 조금씩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절반 정도 코스에서 되돌아오는 길.
예쁜 야생화를 찾았다.
그런데 그 옆엔 이런 쓰레기가 있었다.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콜릿이 묻어있다.
우리가 가던 방향에 한 무더기의 탐방객이 지나갔었는데 바로 그들 작품이다.
정신머리 없는 새끼들.
그런 것들은 산에 다닐 자격이 없다.
우린 등산하다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게 떨어져도 되돌아 가서 주워오는 편인데
그것도 처리하기 귀찮고 힘든 거라면 뭐 한다고 산에 다니나?
집에서 자빠져 자던가 하지.



내려오는 길에 이 녀석을 만났다.
망개 잎사귀다.
망개떡이라고 들어는 봤을까?
우리 세대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어른들은 흔히 알고 있다.
망개떡이란 바로 이 잎사귀로 떡을 싸서 먹는다.


이것으로 생애 첫 지리산 둘레길 반토막짜리 탐방 후기다.
절대 강추하는 곳.
제주도 가서 유명 관광지만 다닐 것이 아니라 짬을 내서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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