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설을 읽지 않아요

젠장, 소설을 안 쓸 수도 없고!

by 루파고

소설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지인에게서 자기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말을 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전에도 비슷한 소릴 듣긴 했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받아들이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일단, 아무리 바빠도 지인의 소설 한 편쯤은 읽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이 싫다 해도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가상하게 느껴졌다.

굳이 용기라고까지 표현했을까 싶겠지만 내게는 그리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관계에 실금이 가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그리 쉬운 존재가 아닐진대, 그런 발언을 한다는 건 생각이 없거나 짧아서였을 거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내 생각이 짧거나 이기적인 관점이라고 한다면, 상대의 솔직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의 협소함 때문이리라.

아무튼... 이 글의 요지는 내 마음이 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난 그렇게 자잘한 인간이 아니니까.


뭇사람들은 말한다.


난 소설 따위는 읽지 않아.


그래? 소설이 뭐가 어때서?

시에는 함축적인 진리가 녹아 있고,

수필에는 삶의 잔잔한 감동이 있고,

인문학 서적은 작가의 철학이 시대를 반영하고,

전문서적은 그야말로 석학의 뇌에서 뽑아낸 정수가 흐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소설 속에는 시도, 수필도, 인문학도, 전문지식도 모두 녹아있다.

이야기가 흐르는 동안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작가의 지식과 경험의 강에서 헤엄치고,

작가의 감성에 함께 동요하며,

작가가 창조해 낸 세계 속을 여행하게 된다.


누군가 표현했던 것처럼 글은 작가의 도서관이나 마찬가지다.

왜 소설을 하류 문학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에 내 주장이 옳다고 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소설을 읽는 건 독자의 선택이겠지만,

소설 속에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류의 문학을 폄하하는 건 옳지 않다.


지인 중엔 이런 사람도 있다.

무조건 비판만 일삼는 부류다.

뭇사람들은 그를 두고 왕재수라고 한다.

하긴, 사람들은 대개 제 멋에 사니까... 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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