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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하 Norway Oct 27. 2024

10. 텐트 밖은 노르웨이

노르웨이 책빵에서 쓴 글 

텐트 밖은 노르웨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북유럽에서 겨울 캠핑에 도전한 제작진들에게 감탄사를 보내며 재미있게 보았다. 출연자들의 짧은 멘트와 감탄사들을 통해서 한국에서 노르웨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도 그랬던 기억, 설렘, 두근거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 가족도 몇 해전부터 캠핑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이 즐겨 가는 노르웨이 캠핑장은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을 정도로 멋진 풍경과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 마지막 산의 굽이를 넘어 캠핑장에 입구에 들어서면 호수가 눈에 가득 들어오고 호수 뒤쪽으로는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은 설산이 보인다. 5월이 가까운데도 눈이 남아 있어서 구름이 맞닿으면 구름인지 눈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캠핑장에는 야외 사우나도 있는데 원통 모양의 사우나라서 바깥 풍경이 더 예쁘게 그려진다. 사람들은 사우나를 하면서 시원한 음료나 맥주를 마시고, 더워지면 나와서 물속에 뛰어든다. 겨울 바다에서도 사우나를 즐기는 노르웨이 사람이지만 “으으윽!” “아아앜” 소리를 연발한다. 겨울 내내 쌓인 눈이 녹아 호수를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산속 호수의 봄은 밀물 시즌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살이 호수에 파도치듯 물결층을 만든다. 


캠핑 의자를 펼치고 설산을 바라 본다. 산속 캠핑장은 아직도 춥다. 모닥불을 피우면 놀던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구워 먹자며 달려온다. 햇빛은 따뜻하지만 겨울 패딩과 불이 필요하다. 경치를 즐기러 왔으니 이 정도의 추위는 견뎌야 한다. 캠핑장에 앉아 글을 썼다. 물은 길을 따라 흐르지만 인생은 내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차를 살까 여행을 갈까? 결혼할 때 쯤,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여행을 가자고 답했다. 덕분에 아프리카 대륙은 빼고 다 다녀본 것 같다. 외국인을 만나면 남편 뒤로 숨는 나지만 기회가 되면 외국에 살아보고도 싶었다. 인생은 정말 내가 의도한 대로 흐르는 걸까? 나는 지금 노르웨이에 살고 있고, 때로는 진짜 여행을 하고, 일상을 여행하듯이 살고 있다. 


여행을 하며 살고 싶은가? 어떤 여행을 하며 살고 싶은가? 삶이 여행이고 여행이 삶이다. 




프롤로그 - 인생 부도


1. See Far! (멀리 보라!)

2. 에지를 주는 법 (How to Sharpen Your Edge)

3. 선생님, 저 자퇴할래요. (Teacher, I Want to Drop Out)

4. 아숙업 말고 너 (Not Askup, But You)

5. 자기 검열관과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My Inner Critic)

6.  우산을 쓰지 않는 용기 (The Courage to Not Use an Umbrella)   

7. 북유럽에 해가 뜬다는 것은 (When the Sun Rises in Northern Europe)

8. 빈둥거림을 취미로 하려고 (Making Idleness a Hobby)

9. 얘들아, 세상은 말이야 (Kids, Let Me Tell You About Life)

10. 텐트 밖은 노르웨이 (Outside the Tent in Norway)

에필로그 - 디폴트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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