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잘 지내고 있니? 벌써 2학기 개학했지? 한국의 여름은 가면 갈수록 뜨거워지는데 여름 방학은 왜? 무엇 때문에? 점점 짧아진다니?
선생님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보자면, 정말 더운 여름에는 교실의 에어컨 바람 아래에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집에는 에어컨 틀고 앉아서 놀기도 곤란하고, 공부는 또 안 되고. 스터디 카페라도 가려면 입장료에 밥값, 간식비까지... 너희가 가는 스터디 카페는 또 시간제더라? 가서 두 시간 엎드려 자기라도 해 봐. 돈 내고 자고, 공부는 안 하고... 트리플 반성해야 해.
더운 날 학교 가기 참 힘들긴 하지만 개학하고 학교에 있는 게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짧은 여름 방학을 너무 아쉬워하지 말길. 일 년에 꼭 필요한 수업 일수만큼 학교에 가는 거니까, 결국은 조삼모사!! 여름 방학이 짧아도 겨울 방학을 기다리면 될 것 같아.
아! 고 3이면 겨울 방학과 동시에 졸업, 이제 성인이긴 하겠다. 수능이 남았으니 그 후 이야기를 하긴 좀 성급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여름 방학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지내. 짧은 여름을 위해 긴 겨울을 견디지. 노르웨이 학교의 여름 방학은 보통 2 달이야. 직장인들은 일 년에 총 4-5주 정도 휴가를 쓸 수 있는데 보통 3주 정도의 긴 휴가를 여름 시즌에 쓰는 것 같아.
북유럽 사람들에게는 여름휴가는 당연히 즐겨야 하는 권리야. 학생들은 방학이니까 쉬고, 부모들도 휴가니까 쉬어. 노르웨이 학교에 상담을 갔더니 방학엔 오롯이 휴식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중요하다고 현지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 선생님은 그때 머릿속에서 풍선이 팡!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선생님은 자라면서 방학 때마다
"방학 특강! 새 학기 준비!"
이런 문구들을 보면서 자랐거든. (너희도 그렇지?!) 그래서 방학은 뭔가 부족한 걸 채우고, 다음 학기를 위해 더 채워야 하는 기간으로 생각했어. 물론 실제로는 학원만 다니고 스스로 공부를 하는 시간이 별로 없더라도 말이야. 학원을 다녀오면 공부했다는 느낌을 좀 받을 수 있잖아. 방학이니까 “마음껏 놀자!”라고 생각했던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아.
모두가 함께
쉬는 것을 합의한 나라
여름휴가 기간에는 공무원들도 대부분 휴가를 가기 때문에 관공서 일도 처리하기가 힘들고, 쇼핑몰은 자체적으로 영업시간을 줄이기도 해.
왜냐고? 직원들도 휴가를 가야 하니까. 직원들이 휴가 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지만, 최소한의 인원으로 회사나 매장을 운영하면서 직원들도 마음 편하게 휴가를 즐기고 운영 비용도 아끼는 거지.
여기서 노르웨이에서 겪었던 웃픈 경험 하나를 말해 줄게.
선생님이 수영을 참 좋아하잖아. 그래서 노르웨이에 처음 왔을 때 자유수영을 다녔거든. 남편은 회사에 출근하고 혼자서는 무료하니까 수영장만 왔다 갔다 할 때였어. 그런데 하루는 수영장에 갔더니 입구가 닫혀있는 거야. 건물 안에 직원이 있기는 했는데 공지를 보라고 손짓을 하더라. 노르웨이어를 몰라서 눈여겨보지 않았었는데, 7월 한 달 동안 수영장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어.
이게 뭔 일이래?!
여름에 한 달 동안 수영장 문을 닫는다고?!
지금은 익숙해진 사실이지만 처음엔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어.
선생님이 사는 지역과 주변 지역은 확실히! 각 지역마다 - 워터파크처럼 시설을 만들어 놓은- 수영장 한 곳만 오픈하고 나머지 수영장은 모두 CLOSED야. 왜 여름에 문을 닫는 건지 노르웨이에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여름이니까 바다나 호수에 가서 수영하면 되기 때문이래. 이유가 수긍이 되면서도 너무한 거 아닌가 싶더라. 노르웨이 차가운 바닷가나 호수에서 수영을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고, 또 바다에 가서 수영하기 힘든 비 오는 날도 많거든.
노르웨이에 살긴 하지만 춥고, 차가운 물을 싫어하는 선생님은 결국 8월이 되길 기다려야만 했어. 그리고 다시 수영장이 오픈하면 수영을 할 수 있지. 사실 여름에 문을 닫는 것 빼고는 노르웨이 수영장이 꽤 맘에 들어. 아마 누군가가 노르웨이에 살기 좋은 이유를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수영장' 때문일지도 몰라. 사람은 별로 없는데 수영장 시설과 뷰가 너무 좋아서 말 그대로 '황제 수영'을 즐길 수 있어.
공부하느라, 또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심적으로 고민이 많지? 선생님이 보내는 오늘 편지가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었던 짧은 휴식 시간이었길 바라.
이번 주도 응원한다!!
또 편지 쓸게! Ha det bra!!!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
Tusen Takk!!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