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잘 지내고 있지? 한국도 이제 곧 여름이 끝나려나?
이번 여름에 노르웨이에는 유례없는 '폭풍'이 지나갔어. 지리적으로 태풍이 만들어질 것 같지 않은데, 최근에 엄청난 폭풍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침수되고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어. 여름휴가를 갔던 사람들은 길이 막혀서 며칠 발이 묶여 있기도 했고, 갑작스러운 산사태로 집에 있던 사람들이 다치기도 했어. 이번 여름은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폭풍의 이름, «Hans» 로 기억될 것 같아.
신문을 보다가 노르웨이어로 폭풍이 uvær(우바르)이란 단어를 쓴다는 것도 알았어. 'vær(바르)'는 날씨라는 뜻이거든. 그런데 접두사 'u'는 부정의 의미여서 '좋지 않은 날씨', '폭풍', '악천후'란 의미가 된 거야. 노르웨이어도 영어랑 비슷하지?
노르웨이 날씨 앱
노르웨이에선 YR이라는 날씨 앱이 있는데, 선생님이 매일 아침마다 습관적으로 열어보는 앱이기도 해. 꽤 정확해서 한국 일기 예보보다 YR 앱이 정확하다는 기사를 작년에 본 적이 있어. 한국의 날씨 망명족들이 쓴다고 하더라.
진짜 좋냐고? 선생님 생각엔 각 나라마다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정보가 제일 정확도가 높지 않을까 싶어. 선생님이 한국에 계신 분들과 소통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뭐냐면,
"노르웨이에 살면 행복해요?"
"노르웨이는 복지가 좋아서 살기 좋지요?
이런 질문들을 늘 예상하고 있는데도 대답하기가 참 힘들어. '좋다/나쁘다' 딱 한 마디 대답으로 설명하기엔 우리의 삶이 좀 복잡다단하지 않니? "네, 좋아요."라고 하기도 그렇고, "한국이랑 사는 건 비슷해요"라고 하기도 좀 성의 없는 대답처럼 들릴 것 같아.
보통 성의껏 대답을 하다 보면 늘 '계절'과 '날씨'를 키워드로 노르웨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돼. 사실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해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 보통 한국에서는 '햇볕'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진 못하잖아. 그런데 노르웨이는 달라.
노르웨이 사람들은 날씨가 좋은 날엔 바깥 활동을 하기 위해 일찍 일을 마치기도 하고 휴가를 쓰기도 해. 날씨가 흐린 날, 잠깐 해가 비칠 때는 햇볕을 쬐기 위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테라스에 나가서 한 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노르웨이의 사계절을 지내보면, 특히 '햇볕이 주는 행복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 선생님도 노르웨이에 처음 왔을 때 몇 해 동안은 이렇게 예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요즘은 틈만 나면 해가 언제 뜨는지, 해가 들어오는 창가가 어딘지 찾고 있어.
선생님 집 창밖엔 걸리는 인위적인 풍경이 없거든. 그래서 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집안으로 전해져. 그게 너무 좋은 거 있지. 나무가 입은 옷이 다르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해가 주는 느낌도 서로 달라.
노르웨이는
'햇볕이 주는 따뜻함'이
너무 큰 것 같아.
정말 소소한 행복이지?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는 행복을 '아이스크림'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행복감은 늘 지속되는 감정이 아니라 찰나로 지나가는 감정인데, 고단한 우리 삶을 그래도 살아가게 만들기 위해서 만든 '인생의 아이스크림'이라는 거지. 그러니 행복을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재미와 즐거움에 집중해서 행복감을 자주 느끼며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해.
책을 읽고 나서 선생님은 인생의 큰 행복, 길게 이어지는 특별한 행복이란 게 있을까 싶어졌어. 그런 큰 행복이나 특별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 오늘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스스로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해.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하늘 사진을 보여 주면 너희도 잠깐 행복해질 수 있으려나?
'해만 뜨면' 감탄이 나올 만큼 예쁜 하늘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나라, Norway. 이곳에서 어제도, 오늘도 살아내느라 고단했을 너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하늘을 바라보고, 너희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렴.
- 노르웨이에서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