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제주도를 다녀왔다. 6개월 만이자, 마음이 아프고 나서는 두 번째 제주 여행이다. 첫 번째 여행때와 여행 장소도, 계절도 달랐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온전히 여행에 집중하기 위해 글쓰기도, 책 읽기도 가서 하지 않았다. 전에는 글쓰기에 강박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글쓰기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건 맞지만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기분의 차이는 조금 더 크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 기분이 다소 가라앉았는데, 지난번엔 느끼지 못한 감정이다. 역설적으로 지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오히려 마음이 나아졌다는 신호가 된다. 기분의 오르막이 있어야 내리막이 있다. 여행이 끝나 슬픈 것은 그만큼 여행에서 좋았다는 의미다.
돌아온 다음날, 2주 만에 정신과에 방문했다. 간이 우울 검사가 제법 괜찮다. 이전엔 공감 갔던 문장들 몇 개가 더 이상 끌리지 않는다. 제법 증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지금에서야 '전에는 너무 힘들어 보였다'라고 느끼는 걸 보면 오르막을 향하고 있긴 하다.
다만 내리막길도 반기고 있다. 3월, 두 번째 휴직도 반환점을 돌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아직은 회사가 무섭고, 그 속에서 하루를 살아갈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이 없다. 이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이 최소한 지금 터진 우울의 끝이리라. 더 무서운 것은 계절의 변화다. 비염인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계절, 봄이 찾아왔다. 극심한 일교차와 미세먼지, 꽃가루...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것 자체로 벌써 코끝이 간질간질하다. 코만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코를 관리하고 있으면 눈이 가렵다. 알러지성 결막염이 같이 온다. 벌써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아침에 정신이 없는데, 아마 한 번은 이비인후과나 안과에 가야 할 듯싶다.
투자를 잘하려면 일희일비하지 말고 우상향 하는 장기 추세를 믿어라고 한다. 기분의 추세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지만. 크게 보면 분명히 우상향 하고 있다. 아직 본전 찾으려면 많이 남았지만, 점점 기쁨과 슬픔을 느껴지는 지금의 추세를 믿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