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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Sep 07. 2022

4.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 뭐가 다른가요?

정신건강복지센터 심리 상담 후기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처음 알게 된 시기는 막 정신과 방문을 시작하던 때였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다, 병원 로비에 붙어있는 전단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제공하는 '비대면 문자상담' 관련 내용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대해 문자로 내용을 입력하면, 이에 대한 상담 역시 문자로 답변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호기심 반, 절박함 반으로 신청을 하고 질병휴직까지 들어가게 된 사연을 꾹꾹 담아 보냈다. 다음날이 되자 답변이 도착했다. 겨우 텍스트 덩어리일 뿐인데도 위로와 공감이 주는 따스함에 기분이 잠시나마 나아짐을 느꼈다. 누군가가 나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것 자체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지역 센터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할 경우 전화 회신으로 대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는 안내가 함께 발송된 것이다. 주저 없이 전화번호를 누르고, 친절하게 응답해주시는 상담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대면 상담 일정을 잡게 되었다.



시점에서야 비로소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는 다르다는 점, 정신과에서의 상담이 처음 생각한 것에 비해서는 짧았던 이유 등을 찾아보게 되었다.



1. 정신과와 심리상담의 개념적 차이는?


정신과는 의료기관의 하나로, 정신과 의사가 우울 장애 등 정신 관련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를 만나고 처방을 하게 된다. 치료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게 되며, 당연한 말이지만 병원이기 때문에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반면에 심리상담은 심리상담사가 내담자의 심리적 고민 등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는 곳이다. 상담사는 의사가 아니므로 심리 상담 이외의 치료행위는 어렵다. 나의 경우에는 '상담으로만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과를 우선해서 들리는 것이 맞는 선택이었다. 다만 정신과를 방문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약물이 필요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먼저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심리상담사 자격? 좋은 심리상담사 찾는 법?


찾아보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이 글을 쓴 시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심리상담소를 개설하는데 별도 자격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는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우울증에 빠진 나조차 심리상담소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심리상담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 사례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100%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국가공인 또는 민간 공인 자격 여부, 전공과 학력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개인의 의견을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므로, 유튜브 등에 검색하면 실제 정신과 의사나 상담심리사분들이 정리한 많은 팁들을 확인할 수 있다.



3. 심리 상담 가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심리 상담의 가격은 필자의 생각보다는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검색해 본 공인 심리상담사와의 상담비용은 대부분 시간당 10만 원 이상이었다. 물론 공인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석사 이상+다년간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하는 점과, 상담 시간에는 오직 내담자와의 상담만 진행한다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오랜 시간, 여러 번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심리상담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심리상담사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아래 유튜브 내용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현직 정신과 의사의 설명이므로 객관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하고 링크를 공유합니다

앙브로의 정신세계 :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가는 뭐가 다른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lz41ouppsJU

정신과의사 정우열 : 심리 상담 센터 고르는 3가지 방법
 https://www.youtube.com/watch?v=6485_TnTb1s


그런데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공공기관으로, 무료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을 돕는 공공시설들이 굉장히 많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보건복지부 누리집에 소개된 정신건강복지센터 일부 캡처

(https://www.mohw.go.kr/react/policy/index.jsp?PAR_MENU_ID=06&MENU_ID=06330401&PAGE=1&topTitle=)


조금 더 찾아보니, 일반 성인을 위한 심리 상담 이외에 청소년 심리 상담, 가족 상담, 부부 상담 등 특정한 연령 또는 상황을 고려한 상담도 존재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살 생존자(Suicide Suvivor, 자살의 영향을 받는 사람)에 대한 대응체계가 놀랍도록 잘 갖쳐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지만, 가족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직장 동료까지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었다.



약속된 첫 상담일이었다. 정신과를 방문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막상 방문을 해 보니 특별히 준비할 것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첫 상담에서는 심리검사 도 받을 수 있었지만, 나의 경우에는 정신과에서 미리 검사를 받았기에 바로 상담으로 들어갔다. 내담자의 상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는 상담사님의 모습에 감명받았다. 첫 상담을 마치고 상담사님께서는 1.잘 자기 2.잘 먹기 3.운동하기 를 꼭 할 것을 당부하셨다. 정신과 선생님께도 비슷한 말을 들었는데, 이 세 가지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한다.  


이후로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심리 상담을 받았다. 정신과가 대략 1주~10일마다 방문하여 일상적인 우울함을 점검하였다면, 상담 센터에서는 주로 월 단위별로 주로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등 큰 범위에서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평균적으로 한 시간씩 진행했는데, 이야기의 꼬리를 물다 보면 가족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거나, 스스로조차 잘 모르고 있던 것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최근에는 상담사님의 도움으로 센터 내에 있는 별도 부서에서 진행하는 부부 상담까지 신청할 수 있었다.


상담을 받고 나면,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난 후의 피로함에 하루 종일 누워있기도 했다. 우울증으로 정신력의 총량이 줄기도 했고, 마음을 쏟아내는 것 자체도 굉장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담을 받고 나면 작게나마 마음속에서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세상의 누군가가 나에게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되는 것인지 전에는 미처 몰랐다. 멘털 케어에 많은 도움을 주신 상담사님께 이 글을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언젠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누군가 힘들 때 지지해줄 수 있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자꾸만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하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기억하자.
우리 주위에 도움을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심지어 공공기관들도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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