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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Nov 25. 2022

행운 마일리지

행운은 마일리지처럼 쌓인다는 미신을 가지고 있다. 평범하거나 운이 나쁜 일이 있으면 이 행운 마일리지가 모이고, 필요한 순간에 쓴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경품 이벤트에 한 10번 정도 떨어지면, 이제 마일리지가 모였으니 11번째는 붙지 않겠나 하는 마음가짐이다.


사실 '도박사의 오류'와 다를 바 없는, 말도 안 되는 생각임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실제 마일리지가 모이는 것은 아니다. 한 번에 얼마만큼의 마일리지가 모이는지도, 언제부터 쓸 수 있는지도, 한번 쓸 때 빠지는 정도도 당연히 모른다. 심지어 쓰는 시기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그래도 일상 속의 크고 작은 운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썩 나쁘지 않다. 운이 안 좋으면 마일리지가 쌓인다는 생각으로 정신승리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운이 나쁜 일들은 마일리지로 녹아들어 가며 기억 속으로 사라지니, 항상 운이 좋았던 기억만 남는 것도 좋다. 아 물론, 너무 소소한 행운에 당첨된다면 쓰게 되는 마일리지가 조금 아까운 마음은 든다.


어떻게 보면 행운과 불행에 초연 해지는 점에서 '새옹지마'의 정신과도 닮아 있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운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마음을 다스리는 건 괜찮은 일이다. 올해 행운 마일리지가 어느 정도인지 돌이켜보니, 쓴 것보다는 쌓인 것이 많은 것 같다. 올해 많이 쌓아두었으니 내년에는 쓸 기회가 많지 않을까. 슬슬 다가오는 연말을 생각하면서 또다시 근거 없는 기대를 한 번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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