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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05. 2021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꺼내고 나누고 풀고 가길 바래

2018년 7월 22일 둘째 딸 수현이의 생일을 맞아

수현아.

너의 다섯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어제 50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빠를 현관부터 맨발로 달려와 안기며 반겨주는 너를 보며 아빠는 "집에 왔구나"하고 더 확실히 깨닫게 되었지. 여섯 살에겐 조금은 늦은 밤 11시까지 아빠 오길 기다렸다가 반갑게 맞아 주고 아껴 뒀던 애교들 다 보여 준 덕분에 아빠는 금세 다시 우리 가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단다.


돌이켜 보면 넌 항상 그랬어.


말하지 않지 않아도 밥 먹은 그릇들 싱크대로 가져가고. 누가 흘리면 은근슬쩍 휴지 가져다주고. 부탁하면 에너지 넘치게 들어주고. 항상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지 지켜보고 채워 주려 애쓰는 마음.. 네 가족의 막내로 태어나 언니와 사랑을 나눠 가져야 하는 둘째의 숙명을 제일 예쁘고, 제일 고맙고, 제일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습의 꽃으로 피워 가는 수현이가 아빠는 자랑스럽다.


아빠도 어릴 때 같이 사는 어른들이 많았어. 그래서 이런저런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한테 마음은 많이 쓰는데 정작 아빠가 원하는 건 솔직히 표현 못해서 답답했었거든. 너도 너 나름대로 답답하고/부럽고/마음에 걸리고/떼쓰고픔 일들이 있겠지만, 그때마다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꺼내고 나누고 풀고 가는 지혜로움도 키워 가길 바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떠들다 잠든 널 보면 괜한 걱정인 듯싶다. 어느새 이만큼 커서 아기 티를 벗고 어린이의 세계로 들어서는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건 어쩌나... 부디 밖으로 향한 그 시선이 따뜻한 만큼 너의 마음도 즐거움이 가득하길. 아빠는 그저 들어주고 놀아 주고 함께 해 주면 충분할 거 같다.


예쁜 우리 막내. 생일 축하해..

2018년 7월 22일

겨우 맞춰 돌아온 한국에서 자는 널 보며.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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