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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27. 2021

힘들 때마다 늘어져서 쉬어도 되는 그늘이 되어 줄게

2018년 6월 28일 큰 딸 수인이 생일을 맞아...


수인아


9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너도 열 살. 몸도 마음도 이제는 아이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커가는 모습이 반갑고 아쉽고 그립구나.


가끔은 갑작스레 떼쓰고 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서 엄마 아빠의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지. 그럴 때면 얘가 왜 저러니. 저걸 어떻게 고쳐야 하나 답답하고 망설이곤 한단다. 하지만 아빠가 읽었던 "십 대에게 절대 하지 말하야하는 말들"이란 책에 보니까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애쓰느라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 부모에게 짜증을 내는 건 평소 받는 스트레스를 제일 편한 사람에게 풀어내는 과정일 뿐이다."


어른도 편안하게 여겨지는 공간에선 풀어지기 마련인데 아이는 또 오죽하겠니? 그렇게 마음을 고쳐 먹고 바라보니 네가 부리는 짜증은 나 힘들어요 라는 투정이고 밖에서는 잘하는 애가 왜 집에서는 그렇게 떼를 쓰는 이유는 그만큼 집이 편하고 엄마 아빠를 수인이가 그만큼 믿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고 네가 원하는 건 다 되고, 무조건 들어주는 건 아니라는 건 알지? 엄마 아빠가 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들 이야기할 때 답답하고 속 상할 때도 있겠지만 그런 기본을 지키는 것 또한 부모로서의 몫이라 이해해 주렴. 우리 서로 각자가 자신의 몫을 채워 가며 부대끼고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 너도 크고 우리도 커간다.


이렇게 한동안 떨어져 있으니 그 부대낌이 너무 그립구나. 우리 딸. 나의 좋은 친구. 같이 동생도 키우면서 함께 하면 즐겁고 웃을 일이 많은 우리 가족. 나의 수인이...


아빠 때문에 친한 친구들과 떨어져서 낯선 중국에서 살아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 우리 앞에 있지만 우리 또 그렇게 부대껴 가며 하루하루 더 새로운 세상에 발 내디뎌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새 훌쩍 커서 둥지를 떠나 자유로운 어른으로 또 너만의 삶을 걸어가겠지만. 우리가 같이 보내는 시간만큼 네 맘에 남아, 세상 살다 받는 힘든 일들 감정들에 버티기 힘들 때마다 기대어 늘어져서 쉬어도 되는 그늘이 되어 줄게.


가득한 보름달만큼이나 무척 보고 싶구나. 사랑하는 우리 딸. 생일 축하한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따뜻하게 커 가기를. 더할 나위 없구나. 어서 한국 가서 꼭 안아 줄 7월이 되길 빌며.


2018년 6월 28일

중국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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