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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17. 2021

남은 절반의 삶을 온전히 함께 할 사람에게

2017년 9월 6일 같이 마흔을 맞는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하는 상인씨. 생일 축하합니다.


우리 둘다 이제 마흔 살. 인생의 절반을 지난 지금. 살아온 삶의 절반 보다 더 오래 당신과 緣을 맺고 살고 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비어 있던 제 절반을 채워 준 당신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인간은 참 부족하고 이기적이고 유한하고 어리석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상처받은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어린 아이 하나 둘은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다가도 힘들고 지치면 문득 문득 튀어나오는 감추고픈 미성숙한 모습들. 그런 모습 그대로 보여도 괜찮은 사람 하나 곁에 있으면 그 온기에 용기를 얻어 먼 기억 속의 상처에 울고 있는 외로운 어린 나를 꼭 안아 주고 과거보다 내일로 눈 돌릴 수 있습니다. 당신 글 대로 미숙하고 주눅들어 있던 제가 이제는 남들 눈치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조금 더 단순히 생각하게 된 것도 다 곁에 있어 준 당신 덕분입니다.


어쩌면 가족은 혈연이 이어져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서로 좋은 면만 보여주려 애쓴다고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결점을 마주 바라보고 아픔을 나누고 힘든 부분을 함께 헤쳐 나간 그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맘 쓰고 또 애 쓰는 사이에 우린 서로에게 곁에 있는 사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 갑니다.


부모님께서 한해 한해 다르시고

아이들도 한해 한해 커 가는 걸 보면서

남은 절반의 삶을 온전히 함께할 사람이 당신뿐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오늘 하루도 늘 그렇듯이

당신의 따뜻한 연민의 마음이 비처럼 내려

촉촉하고 향기로운 생일이 되길 빕니다.


생일 축하해요.

2017년 9월 6일 남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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