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Feb 10. 2021

너는 그냥 너. 있는 그대로의 니가 좋아.

2017년 7월 22일 다시 오지 않을 아기아기한 이수현을 아쉬워하며

사랑하는 수현아.


생일 축하한다. 어느덧 여름이고 한해의 절반을 뒤돌아 보는 여름 휴가 즈음이면 반가운 생일이 찾아 오는 구나. 너 태어나고 출산 휴가에 여름휴가까지 합쳐서 산후 조리원에서 엄마랑 지내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드라마 보고 남이 해주는 밥 먹던 호사가 문득 떠오르네. 요즘이 덥기는 덥나 보다.


아빠 생일은 연말이라 어릴때는 다들 방학이라 친구들 모아서 같이 놀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수현이 생일은 방학하기 바로 직전이라서 한학기 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랑 헤어지기 전에 모여 놀 수 있으니 그것도 좋구나. 어제 생일 잔치에서 아라랑 다른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둘째가 벌써 저렇게 컸구나 싶었다.


아빠는 첫째인데다가 어릴 때 삼촌 고모들과 같이 살아서 눈치를 많이 보고 어떻게 하면 혼이 나지 않을까 알게 모르게 신경을 많이 쓰면서 컸던 거 같아. 그리고 그런 점 때문에 수줍어 하고 새로운 일 하면 긴장하고 주목 받으면 부담스러워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내 자식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단다. 니 언니는 그 덕에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편이지. 가끔은 자기 주장이 강해서 엄마 아빠가 힘들긴 하다만....


근데 우리 수현이는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어도 언니 보면서, 해도 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미리 알고 혼나는 걸 피하려 하는 말과 행동들을 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스럽기도 하단다. 태어나서 온전히 온 가족의 주목을 받을 수 있던 첫째는 동생이 태어나면 그 관심을 나눠 가지는 아픔을 극복해야 하고,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자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둘째는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눈치와 애교가 남다른가 보다 했었단다.


이렇게 쓰고 보니 너랑 아빠랑 사실을 더 닮았고 더 비슷하네.  그런데도 괜히 너는 둘째라서 장손인 아빠와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 들이지 못한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너는 그냥 너. 그 모습 그대로가 좋아. 우리 가족이 함께 살아가고 니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도 아빠의 모습도 그리고 니 언니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있지만 결국 우리 각자는 처음 타고 난 품성에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맺어진 많은 인연들 사이에서 커가고 넓어지고 다듬어져 가겠지. 다시 오지 않을 다섯살의 너를 눈에 더 담고 마음에 남기기 위해서라도 남은 반년 있는 그대로의 너와 더 많은 시간들을 보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제는 몸으로 노는 것도 익숙해져서 언니랑 킥보드타고 놀이터를 한바퀴 능숙하게 도는 게 우리 딸 많이 컸구나. 생일 축하해. 곧 오는 휴가에 같이 재밌게 같이 놀고 더 밝고 신나는 이수현이 되길 기도할게. 사랑해요.


2017년 7월 22일

아빠가

매거진의 이전글 하고 싶은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그 순간이 행복한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