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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pr 29. 2021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우리 길을 우리 속도로 가자

사랑하는 수인아

11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코로나로 학교도 잘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해서 힘들지? 특히 새로 이사 온 광교에서 아직 새 친구들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생일 축하 파티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아빠도 많이 아쉽구나. 그래도 우리가 중국에서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작은 위로를 찾아 본다.


오랜만에 돌아 온 한국은 어떠니? 열심히 온라인 학습을 들으며 혼자 숙제 하느라 바쁘지? 얼마 전 첫 등교 하기 전날, 엄청난 숙제량에 너랑 밤 늦게까지 같이 쫓아 갔던 기억이 나.


사실 그날 아빠는 좀 당황했었어. 우리 딸이 학교에서 내 주는 숙제 정도는 다른 학원도 안 가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챙겨서 하겠거니 그렇게 믿고 있었거든. 그런데 내용을 찬찬히 보고, 해야 할 양을 보니까, 어휴 엄청 나더라구. 너 혼자 할 수 있는 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미안해졌었어.


결국 "숙제 정도는 너 혼자 해야 한다" 라는 아빠의 생각도 너한테는 짐이 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숙제는 너 스스로 해야 겠지만, 얼마나 진도가 나갔는지, 혼자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는지 그날 그날 챙겨 보고, 너무 양이 많은 건 좀 천천히 해도 된다고 다독여 줄 누군가가 필요하겠지.


비단 숙제 뿐이겠니. 앞으로 커가면서 마주하게 될 많은 도전들이 숙제처럼 너에게 떨어지겠지. 결국 자신의 삶의 과정을 한걸음 한걸음 밟아 가야 하는 건 너 스스로이지만 그 곁에 엄마 아빠가 늘 함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속도로 걸어 가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한가지 깨달은 건, 엄마 아빠 기준이 아니라 너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거고,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우리 길을 우리 속도로 가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을 거 같다.


재택 근무를 하고, 광교로 이사 오면서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좋아. 호수 한바퀴 같이 걷고, 이제 자전거도 왔으니 바람을 가르며 같이 라이딩도 하자고. 한살 한살 먹을 수록 큰 키 만큼 더 친구 같아져서 좋다.


우리딸 생일 축하해 오늘 하루도 즐거움이 가득한 하루가 되길. 빨리 이 상황이 나아져서 친구들 사이에서 환히 웃는 니 모습을 보는 날이 어서 오길 기도할게.


2020년 6월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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