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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pr 24. 2021

햇살처럼 따뜻하고, 바람처럼 즐거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9월 6일 이국에서 맞는 아내 생일에..

사랑하는 상인씨 생일 축하합니다.


유난히 더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이 오고 당신 생일이 옵니다. 한껏 시원해진 바람을 느끼면서 요즘 한창 걷는 데 재미를 붙인 당신이 참 좋아 하겠구나 싶습니다.

회사에서 복잡한 회의를 하고 난 뒤 마음이 어지러우면 저는 아무리 더워도 나와서 회사 주변을 한 바퀴 걷곤 합니다. 그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발이 땅에 닿는 걸 느끼고, 태양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주는 따뜻함을 느끼고,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죠. 그러다 보면 조금 전까지 목메어 가며 애달아 하던 일에서 조금 벗어나게 됩니다. 제가 어떤 지위에 있던 무슨 일을 하건 무슨 기대를 받던, 설령 아무 것이 아니어도 이 땅은, 이 햇살은, 이 바람은 공평하고 따뜻하니까요.


그래도 제일 좋은 건 퇴근 후에 저녁 먹고 당신과 같이 걷는 길입니다. 아이들도 같이 갈 때가 많아 시끌벅적하긴 하지만 손잡고 발을 맞추고 함께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무거웠던 짐들이 한결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언지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당신과 함께 걷는 그 시간이 제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당신이 참 땅처럼 한결 같고, 햇살처럼 따뜻하고, 바람처럼 즐거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그렇습니다.

누구에게도 편견없이 대하고 선배들한테는 귀염 받고 동생들한테는 편한.. 그 공평한 한결같음과 따뜻함과 즐거움이 이 곳 우한에서도 통해서 크고 작은 연대 안에서 고락을 함께 나누는 당신을 보는 것이 참 좋습니다.


가끔 우리는 남들도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불안해 하곤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 한국으로 돌아가면 뭐 할까? 부모님은? 나이가 들면 무슨 일을 하고 아프면 어떻하지?


당신의 한결 같음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당신이 지금 행복하고 잘 살아 가고 있음을 기억하세요. 그러면 저를 포함해서 당신과 이어진 많은 사람들은 그 덕분에 하루하루를 더 기쁘게 살아 갈 겁니다. 그래서 생일은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세상에 이상인이라는 사람이 와서 그만큼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된 날이니까요.


상인씨 생일 축하해요. 덕분에 잘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9월에  남편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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