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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27. 2021

같이 나가자! 아빠랑..

이팀장의 육我휴직 일지 - 4th day

큰 딸이 이제 한 주만 더 학교를 나가면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내년부터 중학생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어느새 키도 165를 넘겨 엄마보다 더 크니 정말 다 키웠나 싶다. 


키도 크지만 하는 행동도 참 어른스럽다. 자기 할 공부도 알아서 잘하고, 동생도 잘 챙긴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길냥이를 챙기는 봉사활동도 하고 싶어 한다. 학생 기자단 활동도 하고 요리도 좋아하고, 주말마다 농구하러 가서 언니들하고 땀 흠뻑 젖어서 오면 발그레한 모습이 참 이쁘다. 


이렇게 어디 내놓아도 부끄러울 게 없는 아이지만, 본인은 스스로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중국에 가기 전만 해도 의욕과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는데.. 중국에서도 국제 학교 선생님들 이쁨을 많이 받으며 같이 지내는 한국 친구들이랑 파자마 파티하고 놀던 흥이 많은 아이였는데.. 한국으로 급하게 돌아오고 광교라는 낯선 동네로 이사 오고 나서 코로나로 직접 학교를 가서 친구들을 만날 일이 없어지자 조금씩 밖으로 나서길 꺼려하길 시작했다. 


그래도 5학년 때는 어렵게 사귄 동네 친구들과 만나서 놀러도 가고 집에도 놀러 오고 그러더니 6학년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드니까 그마저도 부끄러워한다. 특히 올해 6월에 이우학교라는 대안 학교에 진학 신청을 했다가 추첨에 떨어지고 난 후에 누가 공부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일반 중학교에 가면 왠지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더 생겼다. 스스로 사놓은 문제집을 언제 다 풀 수 있을까 자주 한숨을 쉰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육아 휴직을 하고 쉬는 동안에 그래서 하고 싶은 공부를 같이 하기로 했다. 찬찬히 가르쳐 주고 같이 토론도 할 거다. 어제 동네 교보 문고에 들러서 자습서며 학습서를 살피고 이 문제집은 이런 특징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는데 한숨 쉰 만큼 고민도 준비도 많이 한 것처럼 보였다. 자식 과외는 서로 싸우기 십상이라지만 하고픈 공부. 속도 조절해 주면서 같이 말 맞추어 나가 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하루에 한 번은 이 녀석을 데리고 집을 나설 계획이다. 첫날에는 동네 농구장에 갔었고, 둘째 날에는 그 추위를 뚫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았고 어제는 교보 문고를 들렀다가 쇼핑몰에 가서 피자 한판 시켜 간식으로 나눠 먹고 왔다. 오늘은 치과 진료 영수증 받으러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고민도 들을 거다. 그러다 보면 그 한숨들도 다 받아 줄 수 있지 않을까? 


수인아. 아빠랑 같이 나가자. 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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