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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20. 2022

십포세대의 분노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내가 성공했던 가치의 관점으로 아랫 세대를 판단하는 꼰대가 되어서야.. 

대선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야 할것 없이 20-30대의 표를 받기 위한 구애가 한창이다. 정권 교체론에 힘입은 윤석열이 조금 앞서고 있고 이재명이 뒤따르는 추세다. 안철수는 이번에도 단일화 카드로 딜을 노리다가 존재감을 점점 잃어 가는 것 같다. 

 

윤석열의 선전에는 20대의 지지가 크다. 야당이 늘 열세였던 호남에서도 일정 수준 지지가 나오는 것도 호남 20대 남자들의 지지를 많이 끌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예전에는 한국 전쟁과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50 ~ 60대가 보수 쪽으로 젊은 20 ~30대가 진보로 여겨지고는 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때의 30대가 40대~50대로 옮겨 가고, 새로 유입된 20대는 야당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2030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745&fbclid=IwAR0R2jyPTGlZ8pw9oSRkBFHptJ6pFZXGRHFqPPg_tS-Cv6icr7eY0PfhBps


박정인 칼럼리스트의 글을 보면, 그 배경이 쉽게 이해가 된다. 박근혜가 탄핵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사실 최순실의 국정 농단보다 정유라의 이대 편법 입학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이 된 문재인은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라고 공언했지만, 시대는 2030세대에게 시련을 더했다. 


조국 법무 장관과 관련된 여러 입학 관련 일들은 사건의 전말과 정치적인 상징성을 차치하더라도 현 정부의 기회 평등과 공정함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코로나 이후 연이은 주가 폭등과 집값 상승은 기세를 올라탄 소수에게는 신분 상승의 절호의 찬스가 되었지만 아직 투자할 종자돈 자체가 부족해서 그러지 못한 대부분의 2030세대에게는 그림의 떡이자 절망의 레이스로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는 취업과 내집 마련을 더하며 5포 세대가 되었다. 코로나로 더 소외되고 위축되는 사이에 급기야 인간 관계. 희망, 건강과 외모 관리를 포기한 9포 세대를 넘어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는 여기는 열 번째 포기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른바 십포 세대의 등장이다.  

 

분노한 십포 세대의 분노는 누가책임져야 하는가? 그들 입장에서 보면 지금 이 시점에서 주류를 이루고 부와 일자리와 기회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나를 포함한 4050 세대 일 것이다. 마치 20여년 전 내가 20대 일때, 정권을 쥐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던 군부 독재 세력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20여년 전에 독재 세력은 윤리적, 민주주의적인 가치적인 관점에서 혁파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4050세대에 대한 분노는 생존의 문제다. 누가 더 절박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어쩌면 2030의 보수화를 걱정한다는 말 자체가 꼰대스러운 이야기다. 내가 믿고 싸웠고 그래서 쟁취해서 현재 누리고 있는 "이른바 진보"의 가치가 가장 옳고 바람직한 것이라는 자만이 깔려 있다. 새마을 운동을 겪으며 현재의 풍요를 내가 만들었다고 이야기하시던 우리 아버지 세대들도 50대에 그랬고, 한국 전쟁의 고초를 겪으면서도 공산화를 막았다고 자랑스러워 하시는 그 윗세대도 그러셨다. 자기가 성공한 가치의 관점으로 아랫 세대를 바라보고 판단하면 그렇게 꼰대가 된다. 


그러니 20대들이 야당을 지원한다고 한탄하지 말자. 왠지 대선 선거전에서 소외된 것 같다고 마음 상하지도 말자. 남에게 폐는 끼치기 싫어하고 주목 받는 것도 싫어하는 에코이스트 2030 세대에게 선거는 그마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당이다.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를 더 대변하는 쪽을 찾아서 지지하고 그 지지를 얻기 위해 정치권이 힘쓰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남은 선거 기간 혹은 그 이후에도 계속 목소리를 세워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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