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어떻게 전기차의 대명사가 되었나 - 3
테슬라 이전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기 자동차는 고급 차량보다는 간단한 골프 카트에 가까웠다. 가까운 거리를 쉽게 다녀 올 수 있는 친환경적인 써드 차량으로서의 전기차는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졌었다. 자동차 회사들에게도 그저 CO2 규제를 만족하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 모든 개념을 송두리째 뒤바꿨다. 자동차의 정의를 새로 내린 것이다.
제일 먼저 자동차 제작 방식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기존의 자동차 생산 방식은 여러 시스템들을 서로 다른 공급 업체로부터 들여와 함께 조립하는 서플라이어 체인 중심이었다. 차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것은 자동차 회사가 맡게 되지만 개별 기능은 부품회사들에게 의뢰해서 납품을 받아서 공급하도록 진행하는 방식이다. 흔히들 요즘 나오는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부르지만 뜯어 보면 실상은 조그마한 컴퓨터가 수십개 모여 있는 집합체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이런 기존의 자동차 프레임에 실리콘 밸리의 IT기기의 설계 방식을 가져왔다. 모델 S부터 마치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시스템이 모든 기능을 제어하도록 한 것이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다른 내연기관에 비해 파워트레인 조작이 더 간단해서 가능한 면도 있지만 애초에 운영 체계의 DNA를 다르게 출발한 셈이다.
이런 통합 제어 설계의 경우에는 자동차 회사의 개발 부담이 엄청 커지지만, 기술 개선에 따라 더 빨리 그리고 더 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이 부품회사에 의뢰해서 개발하고 본사에서 검증하고 인증 받고 고객을 서비스 센터에 불러서 일일이 업데이트 해 주어야 하는 일을 테슬라는 원격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아이폰에 깔린 앱이 잠든 사이에 업데이트되었듯이...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유연성은 현격한 차이를 만든다.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것도 이런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2020년에 중국에서 전기차 개발을 할 때 마지막 양산 전 모델 출시를 앞두고 배터리 공급을 담당한 업체가 갑자기 원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겨서 공급이 어려워졌다면서 단가를 30% 올려 주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결국 단가의 10%를 올리고 배터리 회사의 추가 설비 투자를 중국 정부와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했고 생산했지만 차의 수익 구조가 유지가 되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 수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대체 불가하고 필수적인 항목이기 때문에 모델 3라는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테슬라는 기가 팩토리는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만들기 자동차 회사들 중에 가장 먼저 만들었고, 공급 업체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합작 배터리 회사를 뒤늦게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테슬라가 가장 부러운 것은 그들의 수익 구조다. 보통 자동차를 하나 개발해서 판다고 하면, 공급 업체로부터 사오는 부품 원가가 절반이상인 60% 수준이고, 제조및 개발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15%, 개발 때 들어간 비용, 금형 찍고 설비 투자한 투자비 감가상각이 15%에 영업 비용을 더하면 실 수익은 10%를 넘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 회사들이 부품회사들에게 원가 절감을 강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테슬라는 차값의 15%가 넘는 수익을 재료비 하나 들지 않는 소프트웨어 사용 비용으로 번다. 이런 수익 구조는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런 특별한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도 테슬라는 15%에 육박하는 수익율을 달성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차의 30%도 안되는 판매략으로 거의 동등한 순위익을 거두고 있다. Full Self Driving 서비스가 학습을 통해 더 강력해 질 수록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을 것이다. 새 차가 아니라 기존에 테슬라 차를 샀던 모든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 수 있다니... 애플이 리니지를 만들어 파는 것이나 다름 없다.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도 테슬라가 새롭게 나아간 길을 따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의 DNA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 단차 문제가 발생하자 핸드폰 찍듯이 차체 전체를 한번에 찍어 내는 기가 프레스 아이디어처럼 자동차라는 고정 관념에서 Out of Box한 새로운 시도를 테슬라는 계속 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도가 테슬라를 소비자에게도 주식 시장에서도 특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앞으로도 그들이 보여 줄 새로운 미래가 많이 기대가 된다.
제 5 장 이제는 대세다 전기차 이야기
5-1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의 혼종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5-2 전기로 가는 모터가 자동차 엔진보다 더 효율적인가?
5-3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가는 것이 가능한가? 정말 전기차가 친환경적인가?
5-4 테슬라 이야기 1 - 테슬라의 창립과 로드스터의 출시까지
5-5 테슬라 이야기 2 - 죽음의 계곡을 넘어 모델 S 개발까지
5-6 테슬라 이야기 3 - 테슬라 - 자동차를 새롭게 정의하다.
5-7 이제는 한번 충전하면 부산까지 갈 수 있다.
더 생각해 보기 - 수소 연료 전지 차량이 왜 이렇게 주목 받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