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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n 27. 2023

네 삶의 답들을 너답게 찾아가길 응원해.

2023년 6월 28일 수인이의 만 열네살 생일을 맞으며

사랑하는 수인아.

 

생일 축하해. 며칠 전부터 구글에서 아빠에게 자녀분이 오늘이 지나면 앞으로 스스로 계정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며 미리 확인하라는 메일을 받았어. 어느덧 엄마보다도 키도 훌쩍 커버린 우리 딸이 사회적으로도 독립을 할 나이가 되었구나를 실감하게 되더라구. 중학교 2학년이라는 한창 바쁜 시기에 스스로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커지는 너의 영역과 그만큼 뒤로 물러 나야 하는 부모의 자리를 느끼곤 한다.

 

넌 요즘 어때? 입시라는 관문에 한걸음 가까워지고 기말고사도 한창 준비해야 해서 많이 힘들지?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공부 나눔도 하면서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나눌 줄 아는 딸로 커 주어서 고맙구나.

 

아빠는 어릴 때는 정신 연령이 낮아서, 사춘기를 고등학교 말이나 대학교 초에 보낸 것 같아. 그 전에는 그저 해야 하는 공부하고, 운동하고 그렇게 단순하게 지냈었지. 가끔 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빠가 '대학생 때나 하던 고민들을 수인이는 벌써 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단다.

 

세상에 내가 태어난 이유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이 중요한 사람인지. 그래서 어떻게 살아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사실 아빠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다만, 엄마를 만나고 수인이 수현이와 함께 가족을 이루고 함께 하는 것이 아빠가 세상에 태어난 제일 큰 이유 중의 하나이고, 자유롭고 행복한 것이 사실 제일 중요하고, 그러려면 되도록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고 요즘은 생각하고 있지.

 

아빠도 살아가면서 그렇게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들에 답을 여전히 찾아 가고 있듯이 너도 너의 답을 너답게 찾아갈 수 있을 거야. 오늘이 지나면 아빠의 승인 없이도 체크 카드를 발급 받아 스스로 결재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니 앞에 놓인 너의 삶도 너의 선택들로 하나씩 찾아 가게 될 거라 믿는다.

 

그러니 아빠는 우리가 수학 과외를 함께 할 때처럼 그냥 곁에 있으면 될 것 같아. 네가 어려움을 헤쳐 가는 모습을 응원해 주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 주고, 함께 깨달은 바를 그 때 그 때 나누면서 함께 커 가자는 거지. 먼저 살아 봤다고 섵부른 지름길을 충고 하기 보다 천천히 돌아가도 네가 직접 해결해 가기를 기다려 주어야 하는 건 비단 연립 일차 방정식 만을 아닐거야.


매일 아침 아빠에게 "할 수 있다"라고 외쳐 달라며 하이파이브하는 우리 예쁜 딸. 너한테 주는 만큼 아빠도 네게서 더 큰 응원 받고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어 간다. 시험 기간이라 마음껏 생일을 즐기지도 못하겠지만 오르막이 있어서 내리막이 시원하듯 잘 마무리하고 올 여름도 즐겁게 보내 보자. 생일 축하해.


2023년 6월 28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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