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8일 여섯번째 생일을 맞은 수인이에게
사랑하는 수인아.
다섯번 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둘에서 셋이 될 때는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더니. 셋에서 넷이 되는 시간은 어떻게 지나 갔는지 모르게 살같이 지나가 버렸네. 어느 덧 너는 여섯 살 언니가 되어 우리 곁에 있구나.
사실 엄마와 아빠가 수현이를 낳아야 겠다고 생각한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수인이 너 때문이야.언제까지 니 곁에 있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거라는 걸 아는 부모로서 좋은 친구, 동료, 의지하고 나눌 누군가를 니 곁에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지. 그러니 어릴 때의 너를 쏙 빼 담고 많은 걸 같이 나눌 수 있는 수현이가 우리 곁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다 니 덕분이다.
하지만, 사실 너와 수현이 그 둘 사이에서 엄마와 아빠가 늘 즐겁고 쉬웠던 것만은 아니야. 갓난 아기를 돌보느라 너와 그 전만큼 놀아 주지 못할 때는 혹시 섭섭해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말 잘 듣고 늘 밝던 니가 괜히 때 쓰고 그러는 걸 보면서 역시 동생이 태어나서 애정이 뺏긴 언니가 느끼는 질투라고 치부해 버리곤 했었다.
엄마랑 그런 얘기를 한창 하고 있을 때 한 TV 프로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봤어. 사실 아이는 실제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물론 서툴고 그래서 갓난 아기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지만. 나름 자신의 위치에서 새로 온 가족을 환영하고 받아들이고 돌보려 한다고. 선의로부터 나오는 그런 행동들을 그저 질투라고, 아기에게 위험한 행동이라고 못하게 하면 그게 진짜 스트레스라는 내용이었다.
그래. 너도 어느덧 우리 가족의 구성원으로 많이 컸구나. 수현이는 너에게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니 동생이었구나. 갑작스레 아기를 안는 니 모습. 젖 먹이고 우유 먹이면 와서 투정 부리던 것도 샘내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구나.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니 모든 것이 달라 보였고, 우리가 변하니 너도 예전의 사랑스럽고 정이 많은 우리 수인이로 돌아와 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빠도 장남에 장손으로, 스스로 감내하고 참았던 일이 많았다고 생각해서 내 딸만큼은 그런 부담 느끼지 않게 하겠노라 다짐했건만, 너의 의젓한 모습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 뿌듯하고 한편으론 안스러운 마음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그렇게 새로운 위치에서도 여전히 유쾌하고 정이 많고 사랑스러운 우리 딸로 있어 줘서 고마워. 나이가 들면서 그만큼 너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겠지만 지금 니가 수현이에게 그러는 것처럼 항상 솔직하게 받아 안을 수 있기를 기도할게.
이제는 아빠가 보면서 늘 배운다. 사랑하는 우리 딸. 생일 축하해. 오늘 하루 재밌게 보내고, 또 다음 일년도 매일 매일 생일처럼 보내자.
2014년 6월 28일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