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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11. 2020

어디즈음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함께 가고 있습니다.

2014년 9월 6일 두 아이를 키우느라 힘든 아내의 생일에..


상인씨.


생일 축하합니다. 하루는 길어도 1년은 금방 간다고 무덥던 여름도 어느 틈에 지나고 선선한 가을과 함께 다시 생일을 맞게 되네요.


둘째를 가지고 밤잠을 설치며 젖을 먹이고 갓난 아기를 돌보는 그 모든 시간들을 묵묵히 버텨 주어서 고맙고 또 둘 중 남은 하나를 돌보고 나선 내 몫을 다 했노라 정작 힘든 당신을 잘 챙겨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괜히 바쁜 마음을 달래고 천천히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둘째가 혼자 걸을 수 있을 만큼 큰 지금 저는 우리 부부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생각합니다. 그 속에는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바램도 있지만 삶이 그렇게 계획대로 되진 않으니 그랬으면 하고 바라는 점들을 하나씩 꼽아 봅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서, 같이 운동을 즐기며, 넓은 부엌이 딸린 볕이 잘 드는 집에서 신선한 재료로 맛난 밥 해먹고, 너무 바쁘지 않지만 의미있는 일을 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계속 새로운 호기심에 무언가를 배우고, 자주 산에 가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서 거기 사는 사람들과 또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공유하는 그런 삶을 꾸고 삽니다.


당신이 바라는 삶도 나와 같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어디 즈음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거기로 가고 있고 무엇보다 같이 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 건강해지는 한 해가 됩시당! 생일 축하해요.

2014년 9월 6일 사랑하는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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