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Dec 19. 2020

첫째라서 억울한 마음 그게 보여 속상한 마음

2015년 6월 28일 동생과 함께한 2년이 힘든 수인이에게

수인아 생일 축하한다.

어제 친구들과 함께 한 생일 잔치를 보면서 어느덧 우리 딸이 이렇게 커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걸 더 즐기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6년이다. 시간 참 빠르지?


어제 아침에 무슨일 때문인진 기억도 나지 않지만, 수인이 니가 엄마 아빠에게 물었지? "왜 엄마 아빠는 수현이한테는 너그럽고 나한테는 엄하냐?"고. 그래. 그렇지.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가는 자식에게는 좀 더 엄해질 수 밖에 없는 게 부모의 입장이다만 같은 자식으로 동생보다 좀 더 참아야 하고 좀 더 스스로 지킬 규칙이 많은 넌 슬프고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빠도 첫째라 그 심정 잘 알아. 글치만 수인아.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너도 수현이 나이일 때 똑같이 너그럽게 용서 받았었고 7살 언니가 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점이 3살동생과 다른 것이지 너를 덜 사랑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란다. 오히려 우리가 그렇게 서로 주고 받으며 부대끼고 살아온 육년이라는 시간만큼이나 더 널 사랑하고 너의 행복을 빌고 있단다.


한살 더 먹는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마냥 축하할 일이 아닐 수도 있어. 지켜야 할 규칙도 늘어나고 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 주위에서 바라는 것도 많아지겠지. 그래서 동생과, 남들과, 지난 시절의 나와 비교하다 보면 나이 드는 일이 슬프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야.


그걸 이기는 길은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는 것 같아. 하루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워서 어제보다 더 큰 오늘의 나를 사랑하고 안아주고 그 힘으로 내일을 또 살아가는 거지. 그래서 비록 하루 하루 지날 수록 하나씩 지고 가야 하는 짐은 늘지만, 그만큼 더 강해지고 그만큼 더 크고 그만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나를 잊지 않는 거지.


그래도 우리 수인이는 한살 더 먹을 수록 더 환하게 웃는 걸 보니 늘어 나는 짐보다 더 훌쩍 많이 커 가는 것 같아서 반갑고 고맙구나. 티비에서 차승원 아저씨는 자기 딸이 더 안 컸으면 좋겠다고 그랬지만 아빠는 어서 이 시간들이 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함께 보내고 있는 시간의 힘을 믿고 또 하루하루를 재밌게 보내 보자.


니가 무얼 하든 어떤 자리에 있던 공기처럼 니 곁에서 널 사랑하시는 하느님과 그 곁에서 널 응원하는 엄마 아빠가 있는 걸 잊지 말고. 사랑하는 우리 딸. 생일 축하한다. 사랑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어디즈음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함께 가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