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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Dec 26. 2020

당신의 넘치는 사랑을 제일 받은 사람은 바로 접니다.

2015년 9월 6일 아내의 생일을 맞이하며.


상인씨
생일 축하합니다.
유난히 더워서 밤잠을 설치게 하던 여름이 지나고 나니 새벽 공기 추워서 깨는 가을이 성큼 왔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아이들 감기들라 맘쓰이는 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선선한 가을이 오는 문턱에 당신 생일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이제 수현이도 두돌이 지나고 언니랑 어울려서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습니다. 그제 하루 쉬면서 아침먹이고 유치원 보내고 도서관 갔다가 운동하고 집 치우고 가을옷 꺼내고 수인이 수영장 데려다 줬다가 장보고 저녁차려서 먹고 애들 씻기고 놀다 재우는, 일상적이지만 버라이어티하고 복잡하진 않지만 매 순간 마음이 쓰이는 "하루"를 온전히 당신과 보내면서, 고맙고 대견하고 또 한편으로 안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갑니다. 아이의 눈 높이에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해 주고 무엇이 정말 좋을지 고민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그 하루들을 살아온 당신 덕분에 우리 수인이 수현이 둘다 밝고 건강하고 예의바르고 착한 아이로 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지 우리 아이라서 그렇게 맘 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란 사람이 그런 사람이란 것을 저는 압니다. 때론 오지랍처럼 보이고 오해도 사고 스스로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 넘쳐 나눠줄 만큼 사랑으로 가득찬 당신이기에 지금 육아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시간들이 그냥 흘러가버리지 않을 겁니다. 최선을 다한 순간순간이 쌓여 쑥 성장한 상인씨가 앞으로 더 멋진 모습으로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당신의 그 넘치는 사랑을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은 저네요. 만난지 18년, 결혼한지 9년의 시간동안 덕분에 사람 다워지고 더 여유로워지고 더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도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기를 빕니다. 사랑하는 상인씨 생일 축하합니다.   


2015년 9월에

남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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