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님의 경제학 레시피를 읽고
나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관심이 많다. 성선설인지 성악설인지 사람은 어떻게 인지하고 감정을 느끼고 판단하고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누굴 조정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나와는 다른 그들의 논리들이 알고 싶어 진다. 그래서 은퇴하고 나면 심리학을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사실 내가 더 궁금한 건 개인별로 마음속의 지도이기도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가 왜 이렇게 구성되고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삶의 방향들은 실제로는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100%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중국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나는 예산을 가지고 전체 계획을 세우는 프랑스에서 온 연구 소장 밑에서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관여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여러 사람들과 여러 회사들이 서로 얽힌 복합적인 활동이라 문제는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도면대로 물건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부품이 공장 조립 때까지 도착하기 어려워서, 만들어진 차에서 새로운 품질 문제가 발견이 되어서, 규제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기능이 필요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가져오는 문제의 종류는 천차만별이었지만 경영진에게 결정받는 언어는 늘 "돈"이었다.
얼마면 추가로 제작이 가능하고, 얼마면 비행기로 가져올 수 있고, 얼마면 품질 문제를 해결할 인력을 추가할 수 있고, 새로운 기능은 얼마면 개발이 가능한지 나는 담당자에게 물었고 조율했고 제한된 예산에서 해결해 나갔다. 경영의 언어가 왜 "회계"인지 여실히 깨달았던 기억이 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시는 장하준 교수님의 경제학 레시피는 경제학 관점에서는 입문서에 가깝다. 교수님 스스로 좋아하시는 요리와 그 재료들을 소재로 특징을 잡아 우리 현대 경제사에 중요한 요소들을 아주 쉽게 풀어 내주셨다. 사천 음식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추로 저평가되고 있는 돌봄 노동에 대해 다루고, 생산성이 높은 바나나를 소재로 다국적 기업의 장단점을 짚었다. 주황색 당근과 특허가 이어지고, 새우로 자기가 필요할 때 무역 장벽을 세우는 선진국들을 꼬집었다.
이렇게 넓고 가벼운 인식들을 보면서 나는 더 궁금해졌다. 프로젝트에서 예산이 핵심이라면 인류의 삶도 결국 돈과 경제를 이해해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심리학보다 대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심이 많고 경제와 관련된 활동을 계속해 온 나에게는 경제학이 그 답이 아닐지... 경제학은 인간으로서 갖는 온갖 감정과 윤리적 입장과 상상력이 모두 포함된 인간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마음이 설렜다. 마음을 다할 대상을 찾은 듯 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