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Apr 06. 2024

각자의 방식과 속도대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AI와 인터렉션에 관한 강연을 듣고

 페이스북 친구 중에 소프트웨어 코딩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은 얼마 전부터 의뢰받은 코딩 작업을 CHAT GPT로 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 써보니 웬만한 중급 프로그래머보다 실력이 좋다면서 혼자서 적은 비용으로도 마치 5~6명의 팀을 꾸려서 하는 것과 같은 생산성을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GPT를 데리고 지시하면서 오류 수정하고 큰 프레임을 짤 줄 아는 상급 프로그래머와 주어진 태스크를 코딩만 해 내는 중하위 프로그래머들 간에 연봉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예측하신 포스트를 본 기억이 난다. 


암호 같은 말들이지만 저 짧은 테스트 시간과 결과들이 AI 코딩의 효율을 보여 준다. 


마치 컨베어 벨트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동차를 생산하던 많은 인원들이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로봇을 관리하는 사람은 고 연봉을 받고 그 외의 사람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야 했던 과정과 비슷하다. 생산성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더 좋아지고, 기업은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가치를 잃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른바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개인의 능력을 뜻하는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생존을 위해 AI Literacy를 갈고닦아야 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소식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 학습과 관련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카이스트 김주호 교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부 사회과학연구원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몸은 가지 못해도 줌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제는 AI가 범용 기술이 되기 위한 핵심 요소인 인터랙션에 대한 이야기였다. (강의 내용은 아래 유튜브 링크로 접할 수 있다.) 



김주호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최근 주목을 많이 받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아직 데모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원하는 바는 보통 문장으로 기술하는 과정에서 한번 흐트러지고, 그런 모호한 지시에 인공지능이 우리가 모르는 데이터의 바다로부터, 블랙박스 같은 내부 프로세스로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딱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되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처음 CHAT GPT가 소개되었을 때도 신기해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생각보다 최종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사실은 그래픽 생성하시는 유튜버의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유튜버 김편집과 소통한 김주호 교수님. 서로에게 시너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이 사람들에게 널리 도움이 되려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첫째,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사람의 가치와 의도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사용자가 누구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결과물에 대해서 사람이 충분한 통제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그냥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결과에 대해서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적절한 Interaction이다. 카메라로 인식한 영상이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확인해 주는 AI 학습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결과물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번 결과물은 조금 더 요구하는 사람의 취향과 의도에 부합하는 형태가 되도록 하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영역을 더 특화하면 단순히 의도에 더 잘 맞는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보다 조금 더 구조화된 모델들이 필요하다. 그림을 편집하려면 모호한 문장이 아니라 명도나 채도, 그림 내 구도나 원하는 옵션들을 애초에 설정할 수 있도록 UX를 꾸미면 훨씬 더 빠르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모델들을 활용하면, 인공지능이 생성해 내는 결과물들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대신 사람들의 숙련도에 따라 성과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모델에 의해 편향된 결과물만 나오게 된다. 


인공지능의 성능을 더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사람들이 더 쓰기 쉽게 해 주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래서 김주호 교수는 범용의 모델이 아닌 개인의 인터랙션 중심이 되는 지표로 인공지능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다수결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데이터/모델 파이프라인 설계하고 인공지능 평가에 대해서도 유연하고 주관적인 지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검증 및 개선하는 체계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연을 들으면서 김주호 교수를 포함해서 현재 AI를 개발하고 개선하는 사람들의 고민들이 느껴졌다. Generative AI는 분명 파워풀한 도구인 것은 맞지만 사실 원하는 대로 딱 바로 되지는 않는 능력치 높은 괴짜 직원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아는 것도 많고 취합도 빠르고, 결과물도 바로바로 내놓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결과를 받으려면 어떤 성향의 결과를 원하는지 잘 알려 주어야 하고, 참고해야 할 데이터의 범위도 통제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라야 한다. 이 괴짜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서 각자들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점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최고의 성능을, 누군가는 사용자의 편의를, 누군가는 수익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다. 



내가 김주호 교수의 강연이 반가운 이유는 인공지능을 다루지만 그의 연구는 늘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곁에서 참관하면서 직접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요즘 외과 레지던트들처럼, 인공 지능이 사람의 영역을 더 많이 커버할수록 더 빠르게 성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얻는 것이 커질수록 스스로 자료를 찾고 구성하고 판단하는 "사람의 영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은 자기 효능감을 잃어버리고 단순히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  


단순히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만으로는 같이 성장할 수 없다. 


아쉽게도 경제 논리 상 인공 지능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성능과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천장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사이에 더 많은 성과로 스스로의 영역을 빼앗긴 사람들은 위축될 것이고, 새로운 인공지능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소외되기 쉽다. 그리고 이런 소외는 기회와 성과의 차이로 이어져 더 큰 사회적 격차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수를 위한 범용 모델보다 개별 소비자들의 취향과 의도를 반영하는 인공 지능 학습 시스템이 더 활성화되기를 응원한다. 그래서 이미 우리가 스마트폰과 키오스크와 전기차와 자율 주행 같은 새로운 기술들에 각자의 방식대로 스며들고 있듯이 각자가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대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분명 이 괴짜는 그럴 만한 힘이 있다. 그리고 어떻게 가다듬느냐도 우리 손에 달려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4tQg_e3yT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