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를 읽고
차를 만들 때는 최소한 10년에 23만 km 까지는 무난하게 주행될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지도록 설계하지만 어떤 차는 얼마 되지 않아서 고장이 나고, 어떤 차는 70만 km도 훌쩍 넘겨서도 고장 없이 잘만 굴러가기도 한다. 자동차에도 수명이 저마나 다른 셈이다.
내 차는 2014년에 구매해서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쌩쌩하다. 정비를 받으러 가면 차가 깨끗하고 엔진도 아주 상태가 좋다고 이야기해 주신다. 다른 것 없다. 엔진 오일 잘 갈고, 무리한 속도로 주행하지 않는다. 아낀다고 움직이지 않고 오래 동안 세워 둬서도 안된다. 자동차의 본질은 달리기 위한 기계이니까 적절하게 달리면 오히려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사고는 최대한 피하고 좋은 기름 넣고 소모품 잘 갈아 주면 누구나 오래오래 자기차를 탈 수 있다.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평균적으로 죽기 8년 이상의 시간을 병원과 요양원에서 보낸다. 수만 년을 50이 채 되지 않은 수명을 살아왔다가 의학과 기술의 발달로 갑자기 두배로 늘어난 살아 있는 기간이 적응이 안 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너무 빠르고 복잡한 현대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는 극복해야 하는 숙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는 나이가 들어도 젊게 살아가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 준다. 유전자가 놀랄 만큼 갑자기 환경은 기본적으로 수렵 생활에서 생존에 필요한 당분을 찾으려는 본성으로 하여금 과도한 칼로리를 섭취하게 만든다. 내내 뛰어다니던 몸은 안락한 의자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보는데 익숙해지고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자체가 우리를 더 나이 들게 만들고 있다.
아산 병원에서 노년 내과를 담당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에게 나를 지키기 위한 내재영량으로 4M을 강조한다. 이동성 (Mobility)을 회복하고 마음 건강 (Mentation)을 챙기고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을 꾸준히 관리하고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을 찾아 삶의 목표를 세워서 끝없이 성장과 쾌락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법을 하나씩 알려 주고 있다.
좋은 운동, 자세, 명상, 몰입, 수면, 식습관, 술-담배 등 생황 속에서 챙겨야 하는 중요한 요인들에 대해서 이론적 배경과 바람직한 개선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쉽게 납득이 된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정의하고, 내가 움직인 만큼 나는 건강해진다. 단순한 몸의 건강뿐 아니라 노후를 대비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쉽게 공감이 되었다.
다들 오래 살고 싶어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장수는 비극에 더 가깝다. 단순히 수명이 길게 오래 사는 것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존중하고 존중받으면서 인간답게 사는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 요즘 같이 맛나고, 편하고, 자극적인 유혹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꿈꾸는 인간답게 늙는 삶은 공짜가 아니다. 애써서 가꾸고 의식적으로 좋은 결정들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십 년이 지나도 잘 달리는 내 차처럼 나 스스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자. 그것이 내일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을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