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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 변치 않기를.

2024년 수현이의 열한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by 이정원

사랑하는 수현아.


안녕? 열한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어느덧 우리 막내도 키가 150을 훌쩍 넘어서서 앳된 애기 모스보다 장난기 넘치는 아가씨가 되어 가고 있지.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나 늘 유쾌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모습이 참 고맙다.


그런데 늘 밝던 수현이 모습을 달리 보게 되는 일이 있었어. 얼마 전 공개 수업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표현해 보라는 담임선생님 말씀에 너는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조금 부정적이라는 위치에 니 이름표를 붙이더라. 그 게 마음에 남아서 며칠이 지나고, 아빠랑 저녁 산책할 때 물어봤었지.


"수현아. 너 그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붙여 보라고 했더니 조금 부정적이라고 붙였더라. 수현이는 평소에 자기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아빠. 원래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잖아. 나도 그럴 때가 있어."

"그럼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

"뭐. 내가 어쩔 수 없는 건 할 수 없잖아. 그냥 넘어가야지."

"그럼 속상하지 않아?"

"괜찮아. 속상해한다고 도움 되는 건 없잖아. 난 그냥 빨리 넘겨 버려. 그러면 편하더라고..."


그 말을 들으니까 아직 태어난 지 이제 11년도 안된 네가 엄마 아빠보다 더 지혜로워 보였어. 그리고 우리 가족 중에서 자기를 가장 아낄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참 좋았다. 가끔씩 우리가 네게 인생 2회 차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건 다 그럴만하기 때문인 거 같다.

겉으로는 다 괜찮은 척 해도 사람마다 상황마다 마음을 쓰는 속 깊은 우리 막내딸. 아빠는 수현이가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기보다 힘들 일이 있어도 잘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도했었는데 이미 수현이는 그럴 준비가 된 것 같아 반가웠다. 부디 지금처럼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기를... 수현이가 그런 마음 지킬 수 있게 엄마 아빠가 늘 곁에서 응원할게. 사랑하는 우리 딸. 생일 축하해요.


2024년 7월 2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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