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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Aug 25. 2024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처하는 자동차 회사의 고민들

현대차 그룹의 HEAT TECH DAY 방문기

꾸준히 글을 쓰는 일은 어쨌든 나를 거쳐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크든 작든 영향을 주고받는 이 과정이 필요한 사람들도 생겼다. 어색하게도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면서 자기들이 하는 일을 와서 봐주고 글로 써서 알려 달라는 요청이 가끔 온다. 현대차에서 미래에 적용할 신기술을 홍보하는 곳에서도 그렇게 몇 번 초대장을 보내 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퇴사 전에는 아무래도 경쟁사를 홍보하는 일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행사는 가고 질문도 하지만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이제는 마음에 걸리는 멍에가 없으니 좀 더 편하게 감상을 남겨 볼까 한다.  



이번 행사는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한 현대차의 고민이 담겨 있다. 서울 남산에서 열린 행사의 제목이 HEAT Tech DAY 인 것도 차에서 만들어지고 차에 들어오고 차가 필요한 열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열은 늘 처리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1분에 수십 번 폭발을 반복하는 엔진에서는 나오는 열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식혀 주느냐에 관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열은 곧 에너지이고 차가 갈 수 있는 주행 거리를 빼앗아 가는 도둑이 된다. 그래서 전기차로 접어들면서 더 효율적으로 열을 관리해야 이유가 더 생겼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더 뜨거워지고 겨울엔 더 추워지고 눈도 많이 오는 일들이 잦아졌다. 올해처럼 무더운 날씨에 햇살로 달구어진 차 안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걸 냉방으로 식히는 것도 다 에너지다. 거기에 이동하는 수단보다 이동하면서 활동하는 공간으로서 자동차를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쾌적한 실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힘이 필요하다.


구수하게 차량 열에 대해 소개해 주신 오만주 위원님


이번에 Heat Tech Day에 소개된 세 가지 기술은 이런 변화에 대한 현대차의 고민을 보여 준다.  차량 유리에 부착하면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은 기존의 애프터 마켓에 나오는 필름들보다 투명하면서도 열도 잘 차단하고 내부의 열은 밖으로 더 잘 빼준다. 화상이 날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지는 대시보드 위 온도가 20도 이상 낮아진다고 한다.


온돌처럼 차량 내부에 장착되어서 탑승객 주위의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은은하게 따뜻한 핫팩 같았다. 48V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의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도 기존의 열선이 포함된 전면 유리가 더 개선된 것 같아 반가웠다. 


문 옆과 대쉬보드 캐비넷에 장착된 까만색 복사열 구조 - 핫팩 처럼 따뜻했다. 


세 기술 모두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다. 이날 발표회 한편에는 각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 참석자들이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양산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아직은 가성비가 나오지 않던가 아니면 대량 생산성이 나오지 않던가 아니면 라이프 사이클 동안의 내구성이 확인이 덜 되어서 그러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현대차가 참 반가웠다. (예전엔 참 부러웠다.) 국내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1위이고 글로벌하게도 별도의 다른 회사들 간의 합병 없이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뒷 배경에는 지금 당장 양산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새 기술 개발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다. 그리고 자동차라는 제품에 대해서 핵심이 되는 파워트레인 / 새시 / 전동화 기술 / 차체 같은 뼈대가 되는 부품들 이외의 사소한 요소에서도 개선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보인다. 


특히 전동화에 들어서면서 주행 거리를 확보하려는 의지는 2000년대 도요타의 카이센 활동과 비슷해 보인다. 아마도 R&D 전체에 원가를 절약할 아이디어를 내라는 압박보다 더 크게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내부의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모인 아이디어들에 힘을 실어 주어 현실화하는 과정이 참 반갑다. 


필름을 자동차 회사가? 애프터 마켓이 더 적합? 건설에 더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들이 과연 그냥 자동차로 국한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건설이나 안전 등 사실 확장될 수 있는 영역이 더 많아 보였다. 자동차회사와 애프터 마켓용 상품 사이에서 흐지부지 되지는 않을지... 새로운 시도가 새로운 기술을 낳고 엉뚱한 생각이 전혀 다른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투자도 확장도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기를 바라 본다. 그러면 자동차 회사보다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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