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엔진이 공정해 보였습니다.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나온 저는 3주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집에 그렇게 도착하면 어머니께서 “니네 아빠 때문에 우리 집에 차가 없다”며 제게 미안해 하셨죠. 저는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뭐 진짜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때부터 자동차가 특히 자가용이 로망이었는지 모릅니다.
고등학교 때 저는 물리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경시대회에도 나가고 상도 받았었는데 저를 지도해 주시던 선생님은 제가 물리학과를 가서 학자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어느 날 올림피아드 기출 문제를 풀고 있다 막혀서 한나절을 고민하다 답을 보니까 제가 딱 막혔던 부분에서 “이런 경우 더 이상 계산이 어렵기 때문에 식을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식을 단순화한다”라며 훌쩍 넘어가 버리더군요. 순간 배신감이 확 들면서 순수 과학에 대한 흥미가 딱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평소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시던 화학 선생님께서 “정원이는 눈에 보이고 직접 이해하는 걸 훨씬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화학이나 전기보다 기계과가 좋을 것 같다”고 아버지께 추천해 주셨습니다. 역학을 더 좋아했던 저는 그래서 큰 고민없이 기계과에 지원하고 공돌이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대학 와서 보니 기계과도 역학도 결국은 다 수학이더군요. 그리고 많은 부분이 컴퓨터로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옮겨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과목이 저희 지도교수님이 강의하시는 “내연기관 개론”이었습니다.
엔진이라는 기계는 참 정직합니다. 주사위를 10번 던지면 열번 모두 1이 나올 수 도 있지만 만 번을 던지면 1/6 확률을 따라가게 되듯이 1분에도 수 천번씩 연소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엔진은 늘 조건에 따라 납득이 되는 성향을 보입니다. 그걸 이해하니 과목이 더 잘 이해 되었고 계산보다 이해가 더 중요한 것 같은 내연기관 그리고 그걸 차분히 설명해 주시던 민경덕 교수님께 큰 호감을 가지고 되었습니다.
그 때의 그 인연으로 대학원을 내연기관을 전공하는 동력공학 연구실에 들어가고 졸업한 이후에는 석사병역특례요원으로 지금 회사에 입사해서 지금껏 18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학원까지 합하면 강산이 변하는 20년 동안 자동차 밥을 먹으면서 느끼는 건 고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자동차라는 것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는 물건이고 그 의미가 다 다르기 때문에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다양한 차량을 다양한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많이 즐겼던 것 같습니다.
이제 프로젝트를 이끄는 고참이 되면서는 자동차라는 것이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근로자와 협력사까지 수많은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게 하는 수단이라는 무게도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과거의 방식과 미래의 지향점이 오버랩되는 스마트폰만큼이나 복잡한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죠. 이런 변화를 따라가고 또 현실로 만들어 가는 과정들이 다행히 여전히 즐겁니다. 무엇보다 정직한 대상이었으니까요. 그게 제가 자동차 만드는 직업을 선택하고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는 이유인 듯 합니다.
앞으로 이 산업이 어떻게 변화되어 갈지에 대해서 사실 실감이 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많은 고민들이 녹아 있고, 많은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 점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지만 그래도 열심히 쫓아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는 저는 무엇을 준비하고 할 수 있을지 또 열심히 살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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