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기가 그렇듯 살다 보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고, 그럴 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 깎으면 되며, 완벽하게 깎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완벽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건 비겁한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면 해요. 펜을 써도 상관없어요. 그게 나을지도 모르죠.
<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나는 연필 애호가다. 브런치 글을 제외한 일상의 모든 글은 연필로 쓴다. 어쩌면 연필을 쓰고 싶어서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마주한 <연필 깎기의 정석>이라는 책에서 만난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생각했다. 당장 연필을 깎자. 바로 연필을 네 자루 깎았다. 연필 깎기를 미룬 탓에 '세워 쓰기' 스킬이 늘던 차였다. 미뤄둔 일을 해결하니 속이 시원했다. 사각거리는 소리에 마음은 차분해졌다.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연필 깎기에 빠져든다. 손 끝에 나무 냄새 스며든다. 결과물은 오늘도 여전하다. 못생긴 연필이군 허허 웃는다. 매일 연필을 쓰지만, 연필을 자주 깎지 않고, 잘 깎지도 못한다. 상관없다. 열심히 쓰고 또 연필 깎을 순간이 오면, 온 정신을 집중하여 연필을 깎을 테니까. 인생도 그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슬렁슬렁 대충 다시 열심 그리고 대충 다시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