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없는 나의 바닥이었다.
휴가 겸 브런치 글쓰기를 쉬었다. 여행을 다녀오거나 멋진 휴식을 취한 건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느낀 불편한 감정이 꽤 나아졌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심리검사 결과 약물치료를 권했고, 나는 거부했다. 지독한 무력감에 병원조차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처음 느낀 공황장애의 공포는 점차 나아진 것 같다. 외출할 때 여전히 모자를 챙기긴 하지만. (모자는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 같은 존재다) 요즘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모자를 벗기도 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바로 꺼내 눌러쓰지만). 그런데 모자로 외면하고 싶었던 감정들 <극심한 두려움, 공포와 불안, 호흡곤란, 멈추지 않았던 눈물, 호흡곤란>이 정말 공황장애가 맞을까? 나는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기에 '공황장애 진단서'로 증명할 수 없다. 우선 내일 상담하며 이러한 질병은 어떻게 증명하는지 물어봐야겠다. 위키백과에서 찾아본 내용도 정리해둔다.
내가 느낀 감정은 모두 공황장애 증상과 일치한다. 몸 떨림, 호흡곤란, 불안 등으로 이어졌지만, 공황발작은 나타나지 않았다. 2021년 4월 1일 처음으로 증상을 겪었고 (정말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한 달 이상의 행동적 특성이 나타나는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일으키게 되는 것을 공황장애로 진단한다. 공황발작은 갑자기 발생하는 극도의 공포감, 심계항진(심박을 느낄 수 있는 상태에 따른 불편감), 땀, 몸 떨림, 호흡곤란, 마비, 불안 등이다. 마비를 제외한 모든 증상을 경험했고, 1시간 가까이 지속되었다. 2-30분은 숨을 잘 쉬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관련 자료를 읽어보니 나는 범불안장애와 가까운 듯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추측일 뿐, 내일 상담 시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싶다. 공황장애인지, 범불안장애인지 모르지만 우울감과 무력감, 불안과 걱정의 강풍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나는 혼자가 되었다. 최근 생일을 기점으로 친한 친구 4명에게 잠수 선언을 했다. 카톡과 SNS도 끊었다.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사내 메신저뿐이다. 아주 가끔 문자를 한다. 이를 기점으로 흐릿하거나 아슬아슬한 관계를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휴. 정말이지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지나치게 좋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순간의 감정에 솔직하고, 지금 하고 싶은 일에 빠져드는 즐거움, 내 멋대로 하는 게 싫은 사람도 있을까? 혼자라 외롭기보다는,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이 충만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5월, 수면 위로 올라갈 예정이다. 그림 그리다가 나를 생각해준 H님에게 일주일 만에 문자 답장을 보냈다. 인스타와 카톡을 하지 않아 문자를 보내준 마음을 알았지만, 답장을 하기까지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했다. 자발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면 그때 다시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버거울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뻔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이 뜨거운 공황장애가 지나고 남은 건 '그냥 나'다. 외면했던 내 모습, 가장 솔직한 나, 그래서 혼자인 나. 잔나비 노래가 생각났다. 뜨거운 여름밤이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볼품없이 나의 바닥을 보고 있다.
볼품없지만 볼품없어서 좋다.
https://brunch.co.kr/@nostalgist/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