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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Dec 08. 2021

빛나는 너를 보다가 화면에 비친 난 너무 초라해 보여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거라고 배웠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남의 돈 버는 게 쉬울 것 같냐고, 회사가 네가 받는 연봉을 쉽게 내어줄 것 같냐고. 맞는 말이다.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행아웃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가엽고 초라해 보였다. 어쩔 수 없는 문제였는데, 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처절하게' 열심히 했다. 나는 잘하고 싶었다. 비록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도, 못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 욕심은 버렸지만, 못 한다는 피드백은 받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열심히였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한다고 환경이 따라와 주는 건 아니더라. 


 답답한 마음에 브런치 서랍을 열었다.  21번째 몰래 쓰는 퇴사방지 일기다. 아. 나는 브런치에 들어올 때, 기분이 항상 바닥이구나. 그저 잘하고 싶었는데, 잘 '못'해 버리니까, 속상해서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같이 일한 동료도 괜찮다고 말했고, 채널 환경 때문인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내 탓같을까. 잘 되면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못 하면 내 잘못 같아서 속상하다. 그런 거 아닌데, 그저 일이 잘 안 풀린걸, 왜 나까지 못난 사람 취급하는지. 날 힘들 게 하는 건, 결국 또 나구나. 


 스으으으읍, 숨을 들이마시고 -

 후우우우우우우우, 숨을 내 쉰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나를, 방금 그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자. 


 내 잘못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환경 문제였다. 누구도 나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생했다고, 함께 대책을 마련해보자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정말, 내가 지친 마음을 토닥여줄 차례다. 수고했다고, 그 정도면 썩 잘했다고, 뭘 더 어떻게 잘할 수 있었겠느냐고, 아까 그 마음은 글로 남겨두고 다음을 향해 걸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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