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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Nov 15. 2021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공황장애

 2021년 4월 1일이었다. 직전 날 오후 내내 회의가 있었고(6시간가량) 끝나지 않은 회의로 다음날 또 6시간의 회의가 잡혔다. 아이데이션. 가벼워 보이는 척하는 이름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회의를 하는데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고 싶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너무 답답해서. 결국 다음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도망치듯 지하철에서 내려 구석을 찾아 엉엉 소리 내 울었다. 이후로 심리상담을 받았다. 상담 선생님은 매 회차마다 약을 권했지만, 나는 약을 먹지 않았다. 선생님을 5번 정도 만났을 때, 나만의 방법으로 회복했다고 착각했다. 적어도 잠깐은 회복했을지 모르지.


 한 달 동안 오피스 출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해서 몰랐던거다. 사람을 만나기 싫은데, 사람 만나는 일을 하는 나에겐 행운이었다. 적어도 줌이나 행아웃을 만나면, 가면을 쓰기 쉬웠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밝은 척하는 게 습관이라, 어렵지 않았다. 그냥, 현타가 오지게 올뿐이지. 


 얼마 전,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나를 포함해 8명 아니 9명이었나,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꽤 고층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는 자꾸 멈췄고, 어느새 나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던 것 같기도.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 그날 재택 퇴근을 하고 타투를 하러 가는 길,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또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 시작 또 시작인가. 


 사실 지난주에 처음으로 정신과에 갔다. 수면제라도 처방받으려고.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날은 1시간을 간신히 자고 일어났다. 잠자는 방법을 잊어버린 기분이다. 잠은 어떻게 자는 거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아서, 그래 딱 수면제만 처방받는 거야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봤다. 집 바로 앞에 있더라. 자주 가는 국밥집 옆 건물이었다. 가는 길에 강가에 윤슬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나도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싶은데, 왜 빛을 잃었을까. 다시 빛날 수 있을까. 꿈을 꿀 수 있을까. 


 병원에서 30분을 기다렸다. 그래서일까, 수면제만 처방해달라는 나에게 선생님은 상담을 시작하셨다. 그 불안함은 약을 먹고 치료할 수 있다면서, '지금 맹장이 터진 것과 비슷한 상황인데, 그대로 둘 거예요?'라고 물어보셨다. 아 그렇구나, 나 지금 맹장이 터졌구나. 마음 맹장이 터졌구나. 결국 약을 타 왔다. 4일이 지났지만 약을 먹지 못했다. 혼자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업무 피드백을 받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제발, 그 일은 네가 아니야. 나는 나고, 일은 일인데. 일과 나의 분리가 어렵다. 오늘은 정말 약을 먹어야 하나. 오후 7시 2분이다. 선생님은 잠들기 3시간 전에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7시에 먹고, 10시에 자라고. 아. 오늘 나는 약을 먹을 수 있을까. 잠은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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