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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하다 Dec 16. 2021

애써 괜찮은 척 웃어 넘긴 시간의 업보일지도 모르지

 또 찾아왔다. 공황장애가. 2021.12.15. 아주 이른 새벽에 꽃시장에 갔다.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하려고. 그래도 꽃이 있는 공간은 괜찮았으니까, 그리고 요즘 나 썩 괜찮았으니까. 그렇게 믿었으니까. 그런데 공황장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오는데 눈앞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해 마지못해 나의 일로 삼고 싶은 것들, 그걸 위해 꼭 와야 하는 공간에서 숨이 가빠오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구를 탓해야 하지, 무엇을 탓해야 하지?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된 거지. 결국 그 골목을 뒤로하고,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향했다. 친한 동료에게 웃으며 말했지만, 억지로 웃었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서 나를 속이고 싶었으니까. 제발, 괜찮고 싶었으니까. 스스로를 속이면 진짜 괜찮아질지도 모르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 걸까.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였을까. 만약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었을까. 여전히 누군가와 눈을 마주하고 말하는 게 힘들다. 까랑까랑 높은 목소리 옆에서 숨이 막힌다. 사람이 많아지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7년의 사회생활이 쌓아온 가면 덕분에, 어지간해서는 괜찮은 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괜찮은 척할 수 있다는 게 슬프다. 혼자서만 무너지고, 사람들 앞에서 탑을 쌓고, 다시 혼자가 되면 무너지는 일상,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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