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설렘으로 간직하고 지나가버렸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에 총알이 3발이 있는데, 그중 1발은 오발탄도 괜찮다고. 아직 젊으니까. 그런데 나는 오발탄도 나가지 않는다. 총알을 이미 다 쓴 건가? 방아쇠를 당겨본 적은 있었나? 아. 한 번은 당겼다.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작업실을 계약하기로 결심했을 때. 지금 나는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기고 싶다. 그런데 두렵다. 하루에도 수없이 고민한다. 없던 것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퇴사가 그렇다. 월급도, 복지도, 경력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한 안전한 길을 걷는다는 안도감과 소속감까지도. 불안하다. 어차피 평생 취할 것도 아닌데 질척거리는 이유는 뭔지, 갈팡질팡하는 내가 밉다. 새롭게 취할 것이 흙탕물 일지, 진흙 속에 숨겨진 보석 일지 아무도 모른다. 외면하고 있다가도 자꾸 생각나고 궁금하다. 저 진흙탕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미치겠다. 그들이 가진 반짝임이 도대체 뭘까. 막상 손에 쥐면 반짝거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마치 모래사장을 걷다가 파도 속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주웠더니 유리조각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나는 그런 유리조각을 조개껍질과 함께 간직했다. 반짝임을 발견했던 두근거림이 좋아서, 아직도 버리지 못한 유리조각과 조개껍질이 유리병 안에 모여있다.
지금 나는 모래사장 위에 서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반짝거림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인가
순간의 설렘으로 간직하고 지나갈 것인가
결정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