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위례성로 1751-7
양대골 가마솥 손두부
전에 소개한 안성 청룡저수지가 짙푸른 용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면, 그 반대편 입장저수지를 지나 닿게 되는 양대리는 이름 그대로 ‘어질고 큰’ 땅의 넉넉함을 품은 곳이다. 높은 산이 가로막지 않아 해가 가장 먼저 들고, 가장 늦게까지 머무는 이 양지바른 들녘은 포근함이 있다.
천안이라 하면 호두과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미식가들이 꼽는 이 땅의 숨겨진 보석은 의외로 ‘두부’다. 흔히 두부는 동해의 거친 파도와 간수가 만나 몽글몽글 피어난 강릉을 최고로 치지만, 천안의 두부에는 강릉과는 결이 다른 깊이가 있다. 비결은 바로 ‘흙’에 있다. 성환과 입장의 토양은 물 빠짐이 탁월한 사질토다. 이는 달콤하고 시원한 배를 키워내는 일등 공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알이 굵고 단단한 ‘콩’을 키워내는 데도 최적의 조건이 된다. 질 좋은 황토와 풍부한 일조량을 머금고 자란 이곳의 콩은 비린 맛없이 묵직하고 고소한 단맛을 낸다. 그래서일까. 강릉의 두부가 바다의 역동성을 닮아 짭짤하고 거친 매력이 있다면, 천안 양대리의 두부는 이 땅의 고요하고 정직한 흙을 닮았다. 자극적인 간수 대신 콩 본연의 담백함을 오롯이 살려내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순한 맛이 일품이다.
역사적으로 천안은 삼남대로가 만나는 길목이었다. 수많은 길손이 오가던 이곳에서, 만들기 까다로운 요리 대신 빠르게 허기를 채워주면서도 속을 든든하게 달래주던 두부는 국밥과 더불어 ‘조선 시대의 패스트푸드’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회사밥이 지겨웠을 때 1시간의 도박
양대골 가마솥 손두부를 처음 찾았을 땐 매일 똑같은 회사 메뉴에 질려, 우연히 발길이 닿았던 곳이다. 처음 가게를 찾았을 땐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님이 별로 없었지만 담백한 그 맛에 꾸준히 점심에 맛을 찾아갔던 식당이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던가. 지금은 점심시간이면 근처 회사의 직장인들로 붐벼 점심시간에 이곳을 찾는 일은 일종의 ‘미식의 도박’과도 같다. 조금만 지체했다간 발길을 돌려 근처 아무 식당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차림표는 단출하다. 오로지 ‘두부’ 하나로 승부를 본다. 이는 밀려드는 손님을 위한 노부부의 영리한 회전율 전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콩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는 장인의 무언의 자신감이 아닐까. 직장 동료와 방문했기 때문에 주로 ‘두부전골’을 주문했었지만, 혼자 먹을 수 있는 백순두부 또한 맛을 놓치지 않았다. ‘두부전골’ 새우와 육고기로 보다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내어 시원하면서도 담백하다. 하지만 혼자 방문하게 된다면, ‘백순두부’를 맛볼 수 있는데, 순백의 순두부에 포슬포슬한 감자를 더했다. 몽글몽글한 두부와 식감 있는 구수한 감자가 입안에서 섞이는 게 조화를 이룬다. 이렇듯 단출한 두부 메뉴는 두부만 보았을 때, 김치와 싸 먹는 걸 연상할 수 있어, "조금 싱거울 수 있겠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맛있는 밑반찬이 두부의 메뉴와 균형을 이룬다.
'양대골 가마솥 손두부'는 두부를 싫어했던 직장 동료도 깔끔하게 비워 냈을 정도니 맛은 보장하지 않을까? 짧은 점심시간에 만석이면 맛볼 수 없는 짜릿함을 선사하기 때문에 보다 간절히 맛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는 흔히 맛집이라 하면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을 떠올린다. 하지만 가끔은 도심의 북적이는 맛집보다 외곽의 한적하지만 사람들의 발길로 붐비는 건강한 맛집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