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pus Script : 야마다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226-7

by 그리울너머

야마다야

용인의 경계를 넘어 성남시 분당구의 남단, 구미동으로 들어선다. 탄천이 흐르고 붉은 벽돌집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 동네는 사뭇 따뜻한 온기가 흐른다. 벽돌집의 고급 빌라와 아파트옆 한켠에는,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미식의 계보를 잇고 있는 장소가 숨어 있다. 수타 우동집 ‘야마다야’다. 야마다야는 본래 일본에 본점을 두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우동의 성지’라 불리는 시코쿠 지역의 카가와현 다카마쓰시에 위치한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이곳을 ‘우동 순례’의 목적지로 묘사했다. 인구보다 우동 가게가 더 많다는 전설적인 도시. 그곳에 야마다야의 본점이 있다. 본점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하루에 무려 4,000명의 손님이 줄을 서고, 고풍스러운 3,000평 대지의 전통 가옥은 일본의 등록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와 품위를 자랑하는 곳이다. 분당 구미동의 야마다야는 세계 유일한 한국 분점이다. 한국 분점은 간판만 빌려온 것이 아니다. 이곳의 주인은 본점에 직접 건너가, 그 엄격하기로 소문난 야마다야의 수타 기술을 전수받아 온 유일한 계승자이기 때문이다. 종종 숨어있는 맛집들은 직접 본점에가 유일하게 배워와 한국에 분점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맛을 이어가고 싶은 한국 요리사들의 음식에 대한 진심이 아닐까.


수지의 ‘탑골순대국’이 한국 서민들의 투박한 정을 탑처럼 쌓아 올린 곳이라면, 이곳 ‘야마다야’는 일본 장인의 깐깐한 고집을 면발 한 가닥 한 가닥에 정교하게 심어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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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품은 면발

우동은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차가운 쯔유를 부어 먹는 ‘붓가케 우동’으로,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뜨거운 국물의 ‘가케우동’이나 솥에서 바로 건져 먹는 ‘가마아게 우동’으로 온기를 채워 맛 볼 수 있는데 한 가지 음식에 사계절을 맛 볼 수 있는 점이 재미 있다. 계절의 온도에 따라 면을 즐기는 방식은 달라지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는 본질은 단 하나. 바로 ‘면’ 그 자체의 힘이다.


야마다야 가게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타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동 면발은 기분 좋은 저항감이 느껴진다. 단순한 쫄깃함을 넘어선 탄력, 뜨거운 국물 속에 담겨 있어도 면발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팽팽한 생기가 돈다. 마치 면이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우동 만드는 법을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 하지만, 씹어보면 느낄 수 있는 식감은 다른 가게와 기묘한 차이점을 여과 없이 나타낸다. 아마도 수없이 밀가루를 치대고 반죽을 접어 썰어내는 그 고된 수타의 과정과 반복된 행위는 면발 사이사이에 미세한 공기층, 일종의 ‘숨구멍’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층층이 겹쳐진 밀가루와 공기의 결은 입안에서 독보적인 식감과 크나큰 생동감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면에서 느꼈던 생동감은, 조금 전 제면실에서 땀을 흘리며 분주히 반죽을 쳐댔던 요리사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옮겨온 결과라는 사실이다.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사람의 체온과 힘이 빚어낸 맛이다.


국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육수는 화려한 기교 대신 깔끔함과 그 뒤에 오는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함과 여운이라는 표현은 맑은 국물이, 오로지 면의 고소한 풍미를 해치지 않고 은은하게 혀를 감싸 안는다. 정식 메뉴에 함께 나오는 튀김은 이 깔끔함 사이에서 조금은 자극적일 수 있지만. 튀김이 우동의 맛에서 독보적이라기 보다 튀지 않는 맛이라 깔끔함과 여운을 연장선에서 느낄 수 있어 이중주를 완성한다.


image.png 한국-야마다야, 일본-야마다야


일본 본점은 하루 4,000명이 다녀가는 전설적인 곳이라 했다. 이곳 분당의 야마다야 역시 그 명성에 뒤지지 않는다. 오픈 시간에 맞춰 서두르지 않으면 1시간의 기다림은 각오해야 한다. 분당 사람들만 아는 맛집이라기엔 이미 너무 유명해졌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나만 알고 싶은 가게’로 남겨두고 싶은 욕심. 그만큼 이곳의 우동은 기다림의 시간마저 미식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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