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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예지 Oct 27. 2024

파일명 : 연구일지

파일명 : 연구일지


2023년 8월 20일

2023년 8월 19일, 미국기업 뉴로스카이(Neurosky)가 뇌파 감지 기술로 80여 가지 감정을 해석하는 헤드셋을 출시했다. 

감정을 해석할 수 있다면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연구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2023년 9월 16일

설계한 뇌파 감지 센서를 모자에 통합했다. 뇌파 신호를 안정적으로 감지하는 것으로 확인. 뇌신경의 전기적 신호 감지 기능을 센서에 추가했다. 

신호 해석의 정확성과 신뢰성 개선 필요.


2023년 11월 4일

수집한 뇌파 및 뇌신경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일부 데이터는 예상치보다 잡음이 많아 정확한 패턴 분석이 어려움)


2024년 1월 21일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마음과 생각의 패턴을 인식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현재로서는 패턴 인식의 정확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한계)


2024년 2월 11일

뇌파 데이터의 잡음을 최소화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신호 처리 기술을 개선했다. 신호 간섭 문제도 해결 완료.

센서의 위치와 감도 조정을 통해 성능 향상이 필요하다.


2024년 4월 24일

심박수, 피부 반응 등의 생체신호를 측정해 뇌파 데이터의 보완지표로 활용 시도 중.


2024년 4월 29일

보완지표 결합 성공.


2024년 7월 13일

모자로부터 전송된 데이터를 출력하는 어플을 개발했다. 센서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생각과 감정 데이터는 AD(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를 통해 디지털 신호로 전환, 문장 형태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2024년 9월 1일

어플과의 통합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 완료.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다.

모자의 안정성 및 정확도 향상을 위한 사용 경험 데이터 수집.


9월 1일이 마지막이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이다.

몇몇 페이지에는 특정 부위가 빨갛게 강조된 뇌 사진과 센서 설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첫 페이지인 8월 20일로 돌아가 첨부된 링크를 눌러보았다.


‘뉴로스카이, 80여 종의 감정을 해석하는 헤드셋 출시’


2023년 8월 20일 새벽 1시 23분에 작성된 기사였다. 연구일지에 적힌 그대로다.

조금 전 이곳에 와서 일어난 일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었다. 모자를 쓰고 거울을 보며 아침부터 굶었던 사실을 떠올리자마자 사장님은 토마토주스를 내밀었다. 그걸 먹으면 알러지 반응이 올라올 거라는 걸 떠올렸을 때는 냉장고 문을 열어 다른 음료를 편하게 골라 마시라고 하셨다. 양팔에 소름이 돋았다. 


“저 모자들이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는 건가요?”


나는 진열대의 모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사장님은 이제 자기에게는 특별한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진열대로 다가가 조금 전 써 본 벙거지 안으로 손을 넣었다. 단단하게 만져지는 기계나 부품은 없었다. 머리에 썼을 때 특별한 느낌이 들었던가. 조심스레 다시 머리에 써 보았다. 


“센서는 마이크로미터에요. 피부 감각으로 식별하기는 어렵죠.”


그사이 모자가 또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이다. 사장님의 시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노트북 화면을 스쳤다. 

연구일지에는 센서가 생각과 감정 데이터를 문장으로 전달한다고 적혀 있었다. 모자에 부착된 센서가 전달한 문장들이 지금 사장님의 노트북 화면에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이제 개발은 끝났고, 마지막 단계만 남았어요.”


나는 연구일지에서 본 마지막 문장을 떠올렸다.


“사용 경험 데이터 수집?”

“네. 그게 바로 내가 학생을 고용한 이유죠. 고객들에게 모자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고객들의 동의를 받아 데이터를 수집할 거예요.”

“데이터를 수집한다고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을 해야 하니까요.”

“음, 일종의 테스트 같은 건가요?”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혹시라도 이 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하면서 물었다.


“모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데이터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평가할 겁니다. 상황과 맥락에 맞는 데이터가 전송되는지 확인하는 거죠.”

“상황과 맥락에 맞는 데이터라면......”

“이유 없이 존재하는 생각은 없으니까요. 데이터가 쌓이면 그게 곧 상황이자 맥락이 되겠죠.”


사장님 목소리가 어쩐지 비장하게 들렸다.


“연령, 성별, 직업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용자들의 경험을 수집할 거예요. 어떤 상황에 처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완벽한 모자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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