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매일 같은 옷차림이다. 검정색 반코트에 검정색 단화. 얼굴의 절반은 오늘도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마스크를 쓰고도 대화를 할 때면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신다. 내게만 그렇지는 않고 손님들과 마주 앉아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장님과 내가 업무와 무관한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사장님은 내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게를 나가기 바쁘시니까. 오늘도 마찬가지다. 노트북 근처에서 서성이던 사장님은 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서둘러 외투를 집어 드셨다. 그리고는 용건만 짧게 전달하셨다.
“jini_11이 출고됐어요.”
새로운 고객이 식별코드가 ‘jini_11’인 모자를 가져갔다는 의미다.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맨 아래에 새 폴더가 만들어져 있었다. 폴더명은 ‘jini_11’.
손님들이 큐알코드를 인식한 순간부터 모자 사용자의 생각데이터는 휴대폰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동시에 생각데이터는 사장님의 노트북으로도 전송된다. 사장님의 노트북 배경화면에는 생각데이터가 저장된 폴더들이 세로로 정렬되어 있다. 각각의 폴더명은 모자마다 부여된 식별코드. 식별코드는 모두 ‘jini’로 시작한다.
폴더들은 노란색이지만 새로운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면 초록색으로 바뀐다. 초록색으로 바뀐 폴더 중 하나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얼른 마우스로 끌어다 ‘오류검증프로그램’에 넣었다. 오류검증프로그램을 활용해 암호화된 생각데이터를 텍스트로 바꾼 후, 오류가 있는지를 검사하는 게 내 업무다. 검사결과를 저장해두면 사장님이 확인하고 문제점을 보완했다. 그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직접 본적은 없지만 사소한 문제라도 발견된 다음날에는 예외 없이 프로그램이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만들어진 오류검증프로그램은 이미 학습한 인간의 사고 패턴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상황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흐름과 감정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 모자에서 전송된 데이터가 일반적인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면 프로그램은 오류로 판단하고 신호를 보냈다.
삐이, 삐이.
오류 신호다.
막 가게를 나가려던 사장님이 몸을 돌리셨다.
“무슨 일이죠?”
성급히 다가온 사장님의 시선이 프로그램의 ‘검사대상’이 표시된 지점을 향했다.
“jini_03?”
“네. 업데이트된 데이터가 있길래 프로그램에 넣어 봤어요. 다시 해볼게요.”
jini_03은 알바 이틀째에 도둑맞은 회색비니의 식별코드다.
“잠깐만요.”
사장님이 검사를 재실행하기 위해 창을 닫으려는 내 손을 제지했다. 마우스를 넘겨받은 사장님 손이 ‘보완지표’ 메뉴를 클릭했다.
“생체신호가 달라졌어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보완지표 중 하나로 생체신호를 확인하는 기능을 심어뒀거든요. 심박수, 혈압, 체온처럼 감정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는 생체신호 말이에요. 그게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어요.”
무슨 의미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아 멍하니 있자 사장님이 말을 보탰다.
“사용자가 달라졌다는 뜻이에요.”
“모자 사용자가요?”
“아마도요. 확인해보죠.”
사장님이 텍스트로 변환된 jini_03의 생각데이터를 훑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