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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쿠 Sep 15. 2020

캐나다 +70, 첫 출근, 외로운 외국인 노동자.

두근 두근

그렇게 두 번째 인터뷰까지 마치고 결과를 통보받기 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오 마이 갓.


첫 번째 인터뷰 결과도 물론 행복했지만, 두 번째 합격메일의 그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바라오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던 순간이었거든요.


메일의 말머리를 장식하던 이미지 입니다.


이제 선택의 순간만이 남았습니다. 정말 저에게는 과분한 일이었지요. 한치앞도 볼 수 없고, 작은 희망하나만을 바라고 이곳으로 온 저에게 이렇게 기회를 준 사람들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운이 얼마나 사람의 일에 깊이 개입해 있는지, 행운이라는 것이 어느순간에 찾아올 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전 이미 두 번째 회사에 마음이 기운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회사에 거절의사 메일을 보냈습니다. 제가 지금 놓여있는 상황과 제가 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등을 써서 메일로 보냈습니다. 물론 나에게 이렇게 큰 기회를 준 것에 대한 감사함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 같이 일해보자는 말도요.


마음을 정하고 나서의 그 이후의 일들은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출근날짜와 추가적인 연봉협상, 그리고 필요한 서류등은 모두 이메일을 통해서 진행되었습니다. 최종사인을 한 서류도 모두 보내고 이제 정말 출근날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행복이 초조함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오로지..제가 알고있던 것은 인터뷰에 대한 정보뿐이었거든요...그래서 인터뷰만 준비했지, 실상 회사생활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사람들과는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등은 준비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지??

말은 어떻게 해야하고, 어떻게 회사에 적응하지??

이러다가 수습 3개월안에 짤리면, 그 뒤에 올 충격은 어떻게 감당하지??


스멀스멀 걱정들이 절 지배하기 시작했지요,,,도저히 이것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구글에도 없더라고요...

분명 한국에서의 회사생활은 ‘묵묵히 하면 중간은 간다’ 였지만 과연 외국에도 이런것들이 통할지 의문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밴쿠버 이곳 저곳을 다니며 분위기라도 빨리 적응하고, 영어인사 한 두 마디 더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솔직히 취업 후에 작업적인 면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것이다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문화적인 측면에 내가 적응을 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리고첫 출근날이 되었습니다





첫 출근날의 이미지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봄이 오기전의 밴쿠버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고 꾸물꾸물한 날씨의 도로로 나와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하던 설레임과 두려움의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막막하기만 하네요.

회사에 도착하고 5층 리셉션으로 가니 오늘 제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안내원분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오늘 입사자들이 더 있다고.. 그리고 입사 선물을 받았습니다.

조그만 백에 이어폰, 선글라스, 이름표, 캔디 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같은 입사자들이 줄줄이 앉아서 다음 스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일 처음 만난 친구는 Ryno 라는 친구였습니다. 코뿔소? 라고 생각하던 찰 나 먼저 저에게 말을 걸어주었지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지금이야 how are you 정도는 그냥 입에서 튀어나오지만, 그 당시의 전 이 정도도 미리 생각하고 말해야 할 정도였거든요. 간단한 인사를 하고 본인은 이 회사에 두번째 라고 하더라고요. 속으로 오? 굉장한 경력자구나 싶었지요. 어쨌든 이 친구와는 1년 반동안 같이 쭈욱 일하게 되는 사이가 됩니다 :)


오늘 입사자들이 다 도착한 후 production part 의 한 분이 와서 다 같이 이동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몇몇 과는 이미 안면이 있는 듯 반갑게 인사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회사내에 있는 다수의 Theater 들 중에서 한 곳으로 안내 받았습니다. 다양한 캐나다 스낵들과 음료들이 있었고 먹고싶으면 자유롭게 가져다가 먹으면서 편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각자 음료와 스낵을 한 가지씩 들고 자리에 앉자 조명이 어두워지고 스크린에 멋진 영상이 재생 되었습니다. 현재 MPC  라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과 진행 했었던 작업물들을 한 데 모아 릴을 만들어서 보여 주었습니다.


https://youtu.be/o35luHdrNKY

2019 년도 MPC 에서 작업에 참여했던 릴 입니다. (제 개인릴이 아닙니다)

위 영상처럼 말이지요.


드디어 바라왔던 일을 하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해 주었는데, 안타깝게 전부 알아듣진 못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위에 대한 설명이 모두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어서 나중에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죠.

개인 정보를 서류에 적는 것을 마지막으로 안내에 대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 파트의 장들이 와서 본인 파트의 입사자들을 안내해서 자리로 가더군요. 전 솔직히 모두 compositor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모두 다 기억해서 친하게 지내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니더군요.

그리고 comp 파트의 장이 와서 반갑게 인사한 후에 제 자리를 안내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다 영어라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제부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모두 부딪치며 배워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옆 친구들에게 인사했습니다.


‘Hi, I’m Seokho, nice to meet you’


이렇게 제 1년 반의 회사생활이 시작 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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