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 『청춘은 아름다워』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모든 것은 허무하고 또 그 끝이 있듯이,
내 모든 청춘을 마감하는 것으로 기억될 이 여름도 하루하루 지나갔다.
헤르만 헤세는 청춘의 성장이란 주제에 깊게 천착한 작가다. 특히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와 같은 자전적 장편 소설에서 방황하며 성숙해지는 청춘의 모습을 그린 바 있다.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가는 청춘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세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헤르만 헤세는 이를 두고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데미안)'고 쓴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읽으면 해방감이 든다. 지루한 규칙 틈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그건 헤르만 헤세가 자신이 성장기에 느꼈던 아픔을 실감 나게, 또 한편으로는 서정적으로 묘사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청춘은 아름다워>와 <회오리바람>이라는 두 단편에서도 헤르만 헤세는 사랑을 처음 경험하는 청춘의 고통과 그 끝에 찾아오는 성장에 대해 썼다. 전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뤄지지 않은 슬픔에 관한 이야기고, 후자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다. 두 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후회하거나 원망하거나 슬퍼한다. 겉으로 보기에 그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헤르만 헤세는 왜 '사랑에 성공하는 청춘'도 아닌, '사랑에 실패하는 서툰 청춘'이 아름답다고 말하는걸까.
청춘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완벽함이나 성공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에 있다. 바로 다시 시작하는 힘이다. 소설 끝에 다다를 때 모든 주인공은 어디론가 나아간다. <청춘은 아름다워> 속 주인공은 위로를 건네는 아버지와 의연한 '안나'를 보며 힘을 얻어 사랑의 실패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고, <회오리바람>에서는 고향을 떠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겠다는 단단한 결의를 보인다. 그렇게 소설 말미에서 슬픔을 훌훌 털어내는 듯한 주인공의 모습은 소설의 첫 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슬픔을 소화하는 사이에 성장했기 때문이고, 다시 시작할 만큼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무리 실패해도 또 다른 실패를 무릅쓰고 다시 시작해내기 때문인 게 아닐까. 모든 게 처음인 청춘에게는 무엇보다도 그런 힘이 필요하고, 그 힘 속에 삶을 지탱하는 청춘의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이 경험한 이 진실을 전하기 위해 그 많은 소설을 썼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