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뮈는 여행의 목적을 '그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었다. M과 레이지 수잔에서 가정식 아침을 먹고 아직 잠이 깨지 않은 조용한 캐논 비치 중심가를 걸었다.
캐논비치(Cannon Beach)는 포틀랜드에서 한 시간 반 거리. 면적이 40 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인구 1500명의 바다 마을이다. 여름 최고 기온이 20도, 겨울 최저 기온이 5도라니 이보다 아늑한 휴양도시는 없다. 연간 75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이곳을 찾는다.
특히 캐논비치 모래 조각 대회(Cannon Beach Sandcastle Contest) 기간에 가장 많은인파가 몰린다. 해변에는 미리 조각 대회 출전작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할아버지, 삼촌, 오빠, 사촌까지달려들어 꼬마들과작품을 만드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이다.
6월에서 8월이 이곳을 여행하기 제일 좋은 시기라는데 우리는 운 좋게 7월에 왔다. 일출과 일몰 시간에 헤이스택 록이 물드는 절경을 보아야 한다지만, 안개 너머 희미한 풍경도 운치가 그만일 것 같았다.
캐논 비치 마을의 경제 활동은 마을 중심 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 바와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오밀조밀 모여있었고 해안가를 따라 갤러리, 공예품 스튜디오, 독립 서점들도 모여있어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 마을의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작은 마을의 읍내(!)에는 작은 우체국, 작은 은행, 작은 도서관, 작은 슈퍼마켓이 있었다. 나는 사랑스러운 바다 마을 사람들의 장바구니 구경을 위해 마켓으로 들어갔다. 서글서글한 점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두 시간 정도 캐논 비치에 머물고 가는데요. 여기서 살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유쾌한 점원은 손가락을 세면서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하다며 활짝 웃었다.
"우선 여기 농장에서 나온 베리가 지금 아주 맛있어요. 블루베리, 라즈베리, 저쪽에 있어요. 원하면 시식하고 사세요.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차에서 먹어도 좋아요. "
베리를 좋아하는 M은 바람같이 달려가 시식을 마치고는 어느새 장바구니에 베리 상자를 넣고 있었다.
"아니면, 캐논비치 잼 유명해요. 수제 잼이거든요. 블루베리, 라즈베리로 만든 거라 여행 기념으로도 좋죠. 저녁에 호텔에서 크래커에 올려 먹어보세요."
점점 M의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아이템 수가 늘어갔다.
과일에 관심이 없는 나는 콜라와 맥주 코너를 기웃거렸다. 점원은 눈치챈 것 같았다.
"바닷가 다녀왔어요? 아님 이제 갈 거예요?"
"지금 막 레이지 수잔에서 아침 먹고 마을 산책하러 왔어요. 도서관이랑 가게 돌아보고 바다로 갈 거예요."
"그럼, 캐논 비치에서 잡은 해산물 가져가서 피크닉 하는 건 어때요? 저기 피크닉 용으로 포장된 것을 사면 돼요. 연어, 조개, 새우... 아, 참 배가 안 고프겠네요. 그럼 치즈나 맥주 쪽 보여줄까요?"
"여기 캐논비치 맥주도 맛있어요?"
"말해 뭐해요!"
그녀는 바로 냉장고로 우리를 데려갔다.
벽면 가득 캐논비치의 로컬 맥주 Pelican Brewing Company가 있었다. 오레곤 수제 맥주인 Voy도 맛있다고 했다. 특유의 과일향에 허브 노트를 더해 만든 로컬 맥주라 꼭 맛을 보라고 했다. 이 지역 축제 지정 맥주라고 해서 Voy로 결정했다.
Voy도 세 가지가 있었다. IPA는 신선한 홉의 과일향과 쌉쌀한 맛이고, Pilsner는 부드러운 끝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맞는다고 했다. 진한 몰트의 풍미와 초콜릿, 커피 노트가 느껴지는 Stout도 있었는데 우리는 둘 다 모험을 하기 싫어 IPA로 샀다.
저녁에 해안가를 바라보며 마시면 환상적인 맛일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차가 있었고, 오후에는 아스토리아로 가서 연어를 먹고 영화박물관과 컬럼을 보기로 했기 때문에 피크닉은 그림의 떡이었다.
"치즈 있어야죠?"
그녀가 데려간 곳은 틸라묵 코너였다. 포틀랜드 여행 리스트를 뽑아준 J님이 자신이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치즈와 아이스크림이라 극찬했던 포틀랜드 유제품 브랜드다. 다양한 치즈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직원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