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을 먹다.

by 김용현

술은 음이다.

과음후 해장국은

냉한 기운에 지친 창자를 덥힌다.

태양은 양의 근본이다.

이래서 낮술은 음양의 조화다.

부산 남구 용호시장 국밥집 한켠에서

벽을보며 막걸리와 순대를 먹는다.

난 마시고 삼키며

마시고 삼킨 시간을 생각한다.


맛은 시간이 담겼다.

씹으며 씹던 기억을 소환한다.

그때 아팠고 행복했던 일상이 잘게 부숴저

몸속에 스며든다.

제대후 복학을 앞두고

공사판에 나갔다.

아버지가 사기를 맞아

집을 빼앗겼고 돈이 귀했다.

새벽 인력시장 9인승 베스타에 구겨탔다.

해가 뜰때 안양인근 건물 공사판에 닿았다.

철근과 시멘트 포대를 옮기는 일을 했다.

일당 8만원은 큰돈이고

돈값의 땀을 내야했다.

인부는 서로 몰랐고

말은 공허했다.

뒤꿈치를 보고 걷고 내 뒤꿈치를 따라

다음 인부가 걷는다.

공사기간에 쫓기는 작업반장 고함이크다.

공복의 7월 아침은 텁텁하고 허기진다.

땀으로 쥐어짠 몸에 허기가 밀어닥칠때

밥집으로 향한다.

육개장에 말린 밥과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먹는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기운은 느리지만

위를 거쳐 창자를 데우는 기세는 우렁차다.

정오의 태양은 사납게 정수리를 겨눈다.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을 감당하려

막걸리의 취기를 빌린다.

각자 채우는 잔에 말은 방향을 잃는다.

공복의 첫 잔은 목구멍부터 잡아뜯는다.

막걸리는 탁주라 성격이 잡스럽고 거칠다.

소주나 맥주에 비해 못생겼다.

잔이 아닌 사발로 먹기에 상놈들이 먹었다.

난 상놈이다.

놀기 좋아하는 상놈중에 상놈이 일하기 버겁다.


벌건 대낮에 밀어닥친

스무살의 현실과

마흔에 당면한 무감각한 삶이

닿아있다.

쓰다만다. 의미없다. 낮술이나 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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