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겨울해가 기울어 바다에서 깨진다.
해가 가둔 빛의 파편이 초저녁 옅은 어둠으로 튕겨 나간다. 바다로부터 밀려온 빛은 내륙에서 자멸한다.
운전하고있는 투싼은 백양터널을 통과해 수변대로를 막힘없이 나아간다. 우측엔 삼천포로 향하는 바다가 따라붙었다. 바다물이 넘실댄다.
물은 지나간 것에 이끌리고 뒤에온 것에 밀려 기어이
제 갈길을 간다.
이쪽을 막아도 저쪽으로 고루 퍼진다.
속도는 방향을 지배 할 수없다.
애초애 물은 속도에 관심없다.
바다는 방향을 추종하는 거대한 물의 집합이다.
바다를 벗겨내려 투싼의 속도를 높였다.
초저녁 바다에서 깨진 겨울해의 빛이 수평선에서 수변도로 곳곳에 닿는다.
어둠과 빛의 경계가 모호하다.
투싼은 어둠에서 빛으로 빛에서 어둠으로 질주한다. 헤드라이트에서 뿜는 빛은 어둠으로 풀려나간다.
주말과 일요일 종일 강의가 있다.
캠퍼스 분수대가 얼어붙었다.
그위를 고양이 몇마리가 어슬령거렸다.
벤츠 엔지니어 12명에게 8시간 강의 했다.
5일 일하고 이틀 쉰 근로자가 휴일을 반납했다.
책상에서 흔들리며 졸며 버티는 모습이 귀엽다.
이 사람들은 내 강의를 듣고 현장에 적용 할 수 있을지 모를일이다.
도로엔 차가 없다.
코로나 역병으로 인간의 시간은 줄어들고 공간은 조여왔다. 갈곳도 소비할 시간도 넉넉치않다.
어느새 어둠만 가득한 이 도로를 돌파한다.
이틀간 잠을 못잤고 생각이 많았다.
KBS클래식 FM라디오를 틀었다.
드보르작이 프라하에서 뉴욕으로 옮겨 쓴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작품이 들린다. 3악장 몰토비발체가 격정스럽고 따뜻하다. 강의를 위해 지긋이 눌러온 감정의 결이 꿈틀댄다. 눈물이 흐른다. 아직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