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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Jun 05. 2022

비, 감식, 밥먹기.

일요일 아침 화재 감식 요청이 왔다.

지난밤 발생된 사건이다.

초여름 아침 비가 내려 춥다.

미리 도착해 편의점 커피를 마신다.

빗물이 굵어져 차창을 치고 나간다.

비맞으며 노상 감식을 했다.

현장 훼손을 막으려 차문은 닫혀 있었다.

탄냄새가 밀폐된 차안에 갖혀 내장재에 스몄다.

갖힌 가스가 코로 들어와 숨이 거칠었다.

고열에 시트와 플라스틱이 녹아 흘러 붙었다.

발화원인을 찾으러 내장을 부수고 들어냈다.

소방학교 강사인 나는 강단에서 늘 말해왔다.

'화재감식의 기본은 증거를 통한 정황 수립이다.

추정은 가장 나쁜 감식이다.'

추정은 가정을 기반으로

가정은 진실과 거짓을 내포한다.

안타깝게 화재진압이 늦어지면 소훼가 깊고 넓다.

모조리 타버린 그곳에서 증거는 사치다.

추정과 타협할 순간이다.

난 많은 추정을 해왔다.  부끄럽다.

다행히 원인이 나왔다.

빗소리는 더 커졌다.

감식후 국밥을 먹는다.

추위와 공복에 국밥이 급히 식도를 타고 넘는다.

뜨거운 국물에 위와 창자가 꿈틀댄다.

맑은 이 국은 소금간을 했다.

소금은 국의 방향을 결정한다.

전남 태안을 기반으로 염전 소금이 충만했던

전라도에선 이런 맑은 국밥이 많다.

난 맑은 국밥이 좋다. 소금의 단순성이 좋다.

소금이 녹은 물로 생선을 오래 우리면

땅냄새가 비릿함을 감싼다.

입안에서 씹히며 녹는 흐물한 생선살이

위와 창자를 순하게한다.

국물이 밥알에 스며 부푼다. 내일 휴일이다.

소주를 깠다. 자작하며 보고서 방향을 가늠한다.

인과관계는 이미 운전하며 머릿속에 맞췄다.

됐다. 마저 마시고 먹자. 내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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